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의외의 흑인 여성 후보가 신데렐라처럼 등장해 재선을 노리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7)을 위협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갔으나 갈수록 격차가 좁혀지면서 이젠 정권 교체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브라질사회당(PSB)의 마리나 시우바 후보(56·사진). 원래 사회당의 부통령 후보였으나 13일 사회당의 에두아르두 캄푸스 대통령 후보가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대타’로 나섰다.
지난달 30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시우바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호세프 대통령과 동일한 34%를 나타냈다. 1차 투표(10월 5일)에서 과반수 획득자가 없어 결선 투표(10월 26일)에서 호세프 대통령과 맞붙는다면 시우바 후보가 50% 대 40%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여론조사기관들은 시우바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6∼10%포인트 차로 호세프 대통령을 누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우바 후보는 호세프 대통령처럼 루이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 경력을 쌓았다. 1994년 36세에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2003년 환경장관에 임명됐다. 2008년 시우바 후보는 아마존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려는 정부에 반기를 든 뒤 장관직을 사임하고 녹색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2010년에는 대선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19.33%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58년 브라질 오지인 아마존 유역 아크리 주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시우바 후보는 포르투갈계와 아프리카계 이민자의 후손. 이번 대선 후보 등록 때 그는 자신의 인종을 흑인으로 표기했다. 브라질 인구의 절반이 흑인이다.
시우바 후보는 어려서부터 간염, 홍역 등 온갖 질병에 시달렸고 말라리아에 다섯 번이나 걸렸다. 11명의 형제 중 3명을 질병으로 잃었다. 15세부터 가정부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년여 만에 글을 깨쳤다. 이후 각종 사회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그는 환경장관으로 있을 때 아마존 개발 논리에 끝까지 맞서 싸워 ‘아마존의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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