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막강전력 실체 분석… 후세인식 정규군-국가전략 도입
전시내각 운영 돈-조직 끌어모아 1만∼4만 병력으로 3개 전쟁 수행
이슬람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기자를 잇달아 참수하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잔뜩 독이 올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우리의 목표는 IS를 분해하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IS를 지옥의 문까지 쫓아갈 것이다. 지옥이 IS가 머물러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우리의 목표는 IS를 봉쇄하는 게 아니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S 응징에 미온적이던 유럽 동맹국이나 아랍국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와 가디언은 4일 미국과 영국이 IS 격퇴를 위해 중동국가까지 포함한 ‘군사연합’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4, 5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요르단 같은 아랍국을 포함한 30여 개국이 정치군사연합체를 결성해 사담 후세인을 몰아냈던 1991년의 걸프전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후세인 시절 이라크는 40만 명의 정규군을 자랑하며 세계 군사력 평가 때마다 10위 안에 드는 군사력을 자랑했다. 반면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를 장악한 IS의 병력은 1만∼4만 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어떻게 IS는 이라크 시리아 쿠르드반군과 동시에 3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걸까.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IS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심층기사에서 “핵심은 알카에다의 무자비한 테러리즘과 후세인 시절 이라크군의 조직력을 결합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IS는 요르단 출신 테러리스트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2006년 사망)가 2004년 결성한 ‘이라크 알카에다(AQI)’에서 출발했다. 현재 IS의 최고지도자(칼리프)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사진)를 앞세운 10여 명의 핵심 지도부는 2007년경 합류했다. 이들은 2003년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혀 이라크 내 미군 포로수용소(캠프 부카)에서 함께 지내며 끈끈한 유대를 맺었다. IS 서열 2위 군사령관인 아부 알리 알 안바리는 이라크군 장교 출신이며 이라크 전선을 담당한 파델 아흐메드 압둘라 알 히얄리도 이라크군 장성 출신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디는 2010년 IS 3대 지도자에 오른 뒤 이들을 토대로 알카에다식 게릴라전 위주의 IS에 후세인식 정규군 전략과 국가운영 전략을 접목했다. 지휘부에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담당), 슈라(내각·입법 담당), 군사, 안보 등 4개 위원회를 두고 IS 운영에 조언하도록 했다. 또 석유개발장관을 포함한 전시내각을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돈과 조직도 끌어모았다.
그러다 결국 알카에다와 노선투쟁 끝에 결별한다. 그런 면에서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영구혁명을 주장한 트로츠키라면 바그다디는 일국혁명론을 주장한 스탈린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IS의 번성은 2011년 미군의 이라크 철군 이후 미국 중심 세계질서의 공백이 초래한 결과다. IS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공연히 도발한 것은 대외정책에서 비개입주의를 고수해 온 오바마 행정부의 업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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