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들의 머리에서 타박상을 발견한 부모. 며칠 전 장난감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병원에서 ‘별일 아니다’라는 진단과 함께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집으로 날아온 진료비 청구서에는 2만 달러(약 2040만 원)가 적혀 있었다. 보험으로 1만7000달러를 처리하고도 3000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했다.
의사이자 변호사인 에릭 마이클 데이비드 씨가 이런 ‘화나는 청구서’에 대응하는 10계명을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했다. 미국의 의료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내용이다.
첫 계명부터 ‘(억울하면) 당신이 의사나 간호사가 돼라’다. 데이비드 씨는 진료비 중 1만 달러가 ‘트라우마(외상) 팀 진료’ 명목으로 청구된 걸 알고 “사소한 타박상에 왜 그 팀이 나섰느냐”고 따질 수 있었다.
또 병원과 싸우려면 △거짓말을 알 수 있는 법률적 지식 △어디에서 진료비가 과다 청구 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 △병원 규정을 찾아내는 검색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과잉 진료에 대해 “슈퍼마켓 주인이 ‘당신 배고파 보이니까 치킨 1만 달러어치 사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반박 논리를 펼 수 있다는 것.
그는 결국 “과다 청구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의학이고 법률이고 만사 제쳐놓고 당신 아이에게 안전모를 씌워라”고 했다.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싼 나라에서는 안 다치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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