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시아-日 ‘3각 밀당’ 셈법 분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中, 러와 에너지-경제협력 가속… 승전 70주년 성명 통해 日견제 추진
러, 서구제재 맞서 中과 연대… 쿠릴 언급하며 日 제재이탈 회유
日, 고립탈피 中과 관계개선 나서… 러와는 영토반환 협상 고리 유지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3국 정상들이 밀고 당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무엇인지 계산이 분주한 것이다. 무엇보다 영토와 역사 갈등으로 경색된 중일 관계에도 국면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1, 12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 올해 들어서만 4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판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정책을 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자 돌파구 마련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5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참석차 상하이(上海)를 방문했을 때 10여 년간 끌어온 천연가스 협상을 마무리해 놓았다.

중국은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화답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에너지 및 경제 협력과 ‘브릭스(BRICS) 개발은행’ 운영 등을 위해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두샨베 회의에서는 내년 제2차 세계대전 및 반파시스트 승전 70주년과 관련된 공동성명 발표를 추진 중이다. 이 문제에서 양국은 일본 견제에 공동 전선을 펼 수 있다.

일본도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사와 영토 갈등, 집단자위권 추진으로 인한 고립을 피하려면 중국과의 관계 전환이 급선무다. 러시아와는 남쿠릴(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이 과제다.

1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을 최근 제안했다. 이는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맞아 양국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통신은 해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도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애초 양국은 푸틴 대통령이 올해 가을 일본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할 정도로 관계가 좋았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일본이 러시아 제재에 가담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친서를 현장에서 곧바로 읽은 뒤 “아베 총리에게 안부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어 “일본과의 대화는 지금부터도 계속하고, 계속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대화는 남쿠릴 협상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러시아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이 에둘러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중국#러시아#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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