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톡톡]세계 맥주시장 삼국지 물고물린 M&A대전 동남풍은 어디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한국 맥주시장이 4월 주세법 개정과 함께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가운데 세계 맥주시장의 ‘거품전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다만 원심력이 작동하는 한국과 달리 구심력 강한 통합전쟁이란 점이 다르다. 위촉오(魏蜀吳)의 천하삼분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위나라에 해당하는 업체는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 1위(19.7%)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다. 미국 판매량 1위인 버드와이저를 필두로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어, 호가든 같은 맹장을 거느렸다. 올해 4월엔 한국의 OB맥주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AB인베브의 최대주주는 맥주업계 비주류였던 브라질의 사모펀드 ‘3G캐피털’이다.

오나라에 해당하는 업체는 시장점유율 9.6%의 SAB밀러다. 미 판매량 2위인 밀러를 비롯해 필스너우르켈, 페로나로 이어지는 위용이 만만찮다. 하지만 그 역시 모체는 업계 변방에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맥주회사 SAB이다. 촉나라를 닮은 3위 업체는 세계적 맥주 명가의 전통을 141년째 지켜온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하이네켄은 9.3%의 점유율로 4위 칼스버그(6.1%)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삼분지계를 깨기 위해 먼저 칼을 뺀 것은 역시 AB인베브. 최근 SAB밀러를 적대적 인수합병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SAB밀러는 하이네켄 인수를 통해 ‘적벽대전’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하이네켄가(家)가 돈보다 전통을 택하면서 좌절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15일 “AB인베브가 SAB밀러를 인수하기 위해 은행권과 협의에 나섰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예상 매입가는 1220억 달러(약 126조 원). 맥주업계 역대 최대였던 2008년 인베브의 안호이저부시 매입 당시 52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적벽대전 속 ‘동남풍’ 변수는 남아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미 맥주시장 점유율 40%를 넘겨 반독점 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맥주#안호이저부시인베브#SAB밀러#AB인베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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