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투표현장 르포… 뿌리깊은 반목과 불신만 재확인
부결돼도 스코틀랜드 달래기 험난… 투표결과 19일 오후 2시께 윤곽
드디어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운명의 날이다. 18일 오전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 에든버러 성 앞 세인트 자일 대성당 인근에 마련된 투표소.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에 대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줄을 섰다. 인근 광장에는 푸른색 스코틀랜드 깃발을 몸에 두른 분리 독립 찬성 운동원들과 빨간색 풍선을 든 반대 운동원들이 유인물을 경쟁적으로 뿌렸다.
스코틀랜드가 그레이트브리튼에 남을지, 독립할지는 19일 오전 6시경(한국 시간 오후 2시)에 윤곽이 드러난다. 분리 독립의 파장이 전 세계에 미치는 만큼 각국도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와 높은 투표율로 미루어 독립 찬성이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세계적 도박 사이트인 ‘벳페어닷컴’은 18일 현재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확률보다 영국에 남을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로이터통신은 투표 직전 5개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독립 반대가 2∼6%포인트 차로 찬성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찬반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당초 30만 명 수준에서 60만 명으로 늘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뿌리 깊은 반목과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영국은 절대로 투표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립 투표가 부결되면 분노한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자들이 중앙정부에 더 많은 특혜를 요구할 것이고 이는 다시 “왜 스코틀랜드에만 특혜를 주느냐”는 반발을 불러일으켜 나라를 분열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다른 지역 주민의 삶도 큰 변화를 겪는다. 이 때문에 영국 내에선 “6400만 명이 사는 영국의 운명을 불과 200만 명의 스코틀랜드인에게 맡기는 것이 공정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선거 전부터 터져 나왔다. 투표일인 18일에도 영국인들은 “예스”와 “노”를 외치는 스코틀랜드 운동원들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1707년 제정된 영국 연방법 1조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왕국의 영구 통합을 명시했다. 그러나 2014년 영국은 자국의 분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투표를 마치고 나온 작가 잔 로스 씨(56·여)는 “그동안 스코틀랜드가 선택하지 않은 영국 의회는 우리에게 불평등을 강요해왔다”며 “오늘은 수백 년간 잃어버렸던 정체성을 되찾는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잭 호퍼 씨(60)는 “우리 부부와 공무원인 첫딸은 반대표를 던지고, 나머지 두 딸은 찬성표를 던졌다. 가족까지도 분열시킨 이번 투표가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 선거에서 찬성이 더 많이 나오면 영국은 국토의 3분의 1과 북해유전을 잃게 되면서 연간 10조 원이 넘는 세수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도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제2의 금융위기’에 빗대고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막기 위한 영국 정부의 회유와 압박은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다. 영국 정부의 앨리스테어 카마이클 스코틀랜드 장관은 “독립 투표가 통과되면 북해 유전지대의 셰틀랜드 제도도 스코틀랜드에서 벗어나 자치령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최후에 빼든 카드는 독립 찬성파의 버팀목이던 북해 석유를 빼앗아 갈 수 있다는 폭탄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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