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년 만에 영국의 품에서 벗어나려던 스코틀랜드의 시도가 좌절됐다.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은 독립보다는 ‘유나이티드킹덤(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 남는 선택에 더 많은 표를 던졌다. ‘가슴’으로는 독립국을 원했지만 현실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머리’가 더 힘을 발휘한 것이다. 나라가 쪼개질 위기를 간신히 넘긴 영국은 투표 결과에 안도하면서도 ‘스코틀랜드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일 32개 지역의 개표를 완료한 결과 독립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5.3%로 ‘찬성’ 44.7%보다 약 10%포인트 앞섰다. 주도인 에든버러 등 28개 지역에서 ‘반대’가 우세했고 ‘찬성’이 우세한 지역은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 등 4곳에 불과했다.
각종 여론조사는 ‘반대’가 4∼6%포인트 차로 앞설 것으로 내다봤으나 막상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보다 반대표가 더 많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동안 침묵해 온 ‘반대 군단’이 막판에 결집해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독립하면 영국 파운드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위기감과 주요 기업들의 본사 런던 이전 엄포, 초기 독립국 재정을 위한 증세 우려 등이 공포심리를 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투표율은 84.6%로 집계돼 1918년 영국에 보통선거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종전 기록은 1950년 총선 당시의 83.9%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아침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연설을 통해 “이제 영국이 하나로 뭉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영국 국민들의 화해와 통합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어 스코틀랜드에 새로운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모두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독립 찬성 여론이 반대를 처음으로 앞지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자 이를 꺾기 위해 조세징수권과 예산편성권 등을 스코틀랜드에 이양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권한 이양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스코틀랜드 내 반영국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보수당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2년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막판에 스코틀랜드에 자치권 대폭 확대를 약속하는 등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독립 찬성 운동을 주도하던 앨릭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최대의 승리자로 떠올랐다. 전 세계에 스코틀랜드의 독자 브랜드를 각인시킨 데다 중앙정부로부터 더욱 큰 권력 이양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샐먼드 수반은 이날 TV 연설에서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제 스코틀랜드와 나머지 영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독립투표 부결 소식에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일 오전 영국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0.4% 오른 1.6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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