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10년동안 1768조원 드는 오바마케어, 1년새 가입자 720만명 늘어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美법인·라틴아메리카부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리서치 대표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美법인·라틴아메리카부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리서치 대표
미국에 사는 수많은 교포는 아플 때마다 한국이 그립다. 비싸고 비효율적인 미국의 의료시스템 때문이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병이 위중한 경우 비싼 비행기표를 끊어 한국에서 치료를 받기도 한다.

민간업체와 영리법인이 주도하는 미국의 건강보험은 가난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에서 건강보험 미가입자 수는 약 4400만 명.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2007년 만든 영화 ‘식코(SICKO·환자를 나타내는 속어)’에서 손가락이 잘린 무보험 환자가 1억 원에 가까운 진료비를 청구 받자 잘린 손가락을 갈매기한테 던져 버리는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심 공약으로 오바마케어를 내세웠지만 첨예한 정치적 갈등과 예산 문제로 지난해 10월 연방정부가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오바마케어는 연방 빈곤선의 133%인 연소득 개인 1만5500달러(약 1612만 원), 4인 가족 3만1700달러(약 3296만8000원)까지 저소득층 건강보험(메디케이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격을 확대하고 각 주 정부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과 공화당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돈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오바마케어에 10년간 총 1조7000억 달러(약 1768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보험에 돈을 내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분담하기를 꺼린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 의무로 크게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이 부담스럽다.

공화당은 의무가입 조항 자체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와 연방정부의 역할 확대는 사유재산과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화당의 ‘작은 정부론’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에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강매를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현재 건강하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기존 가입자들의 50% 이상은 향후 보험료가 엄청나게 오를 수 있다는 공화당의 주장에 사실상 오바마케어를 반대하고 있다.

메디케이드 확대를 수용한 민주당 성향의 26개 주에서는 메디케이드 가입 증가율이 18%를 넘었지만 이를 거부한 공화당 성향의 24개 주에서는 증가율이 4%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메디케이드 가입자는 720만 명 이상 증가해 저소득층 660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자유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조차 의료서비스만큼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늘리고 있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美법인·라틴아메리카부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리서치 대표
#오바마케어#미국 보험#영리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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