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조사국 강도높은 비판
“고노담화검증은 역사수정주의… 日정부 사과의 진정성마저 훼손”
“마이니치도 위안부 왜곡 가세”… 美 지한파 4명, 진실 보도 촉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한국, 중국과의 역사적 갈등을 악화시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강도 높게 비판했다.
CRS는 곧 발간될 예정인 ‘미일관계’ 보고서에서 “역사적 상처를 쑤시는 아베 정권의 행태는 한국과 건설적 관계를 만들고 중국과 잠재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관리해 나가는 일본의 역량을 저해한다”며 “이는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이익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CRS는 미 의회 정책 입안과 법안 작성에 필요한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2월 일본의 역사인식에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이번에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 시도에 실망하는 미 의회의 변화된 기류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RS는 특히 6월 아베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를 역사수정주의 행태의 대표 사례로 지적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담화로 한일 외교관계의 기반 중 하나다.
CRS는 “고노 담화가 한국 정부와 조율을 통해 작성됐다는 검증 결과는 담화가 전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드러내려는 것”이라며 “비판가들은 이런 검증 결과가 일본 정부가 내놓은 사과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아베 정권이 역사수정주의를 추구하는 증거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7년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작성에 관여한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기사에서 자신들의 인터뷰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며 항의했다.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방문교수와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및 한미연구소(ICAS) 선임연구원 등 4명은 26일 워싱턴 외교 소식지 넬슨리포트를 통해 “마이니치는 취재한 대로 올바른 기사를 쓰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사히신문이 오보를 시인한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증언 기사’와 관련해 이달 초 마이니치의 취재에 응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과는 달리 허위로 드러난 요시다 증언이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작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도했다고 했다.
핼핀 교수는 “극우단체 인사들이 나를 방문하기 이틀 전인 8일 마이니치로부터 e메일을 받고 ‘결의안은 요시다 증언이 아닌 수많은 다른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장문의 답변을 보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11일자 마이니치신문에 기사가 나간 뒤 기자에게 ‘매우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보냈다”고 밝혔다. 핼핀 교수는 “진보 진영의 아사히신문이 공격당하고 중도 마이니치신문까지 흔들리는 일본의 우경화 현상이 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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