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월요일 아침까지 해산하라”

홍콩 행정장관 사실상 최후통첩… 시위대, 정부청사 봉쇄 일부 해제
도심 곳곳서 반대파와 충돌도 계속… 정부-시위대, 대화의 문은 열어놔

홍콩 정부가 도심 점거 시위대에 월요일인 6일 아침까지 해산하지 않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점거 시위 현장 곳곳에서 시위대와 친중 성향의 반대파 사이에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대와 정부는 서로 조건부 대화 재개를 제안하는 등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최후통첩 시한 도래를 앞두고 5일 밤 정부청사 등의 봉쇄를 일부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홍콩 수반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4일 밤 TV 담화에서 “시위대는 3000명의 공무원들이 6일 오전 정상적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정부청사 출입구 밖을 깨끗하게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모든 학교가 월요일에 수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로 점거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렁 장관은 “정부와 경찰은 사회질서를 회복하고 정부와 700만 시민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행동을 취할 책임과 의지를 갖고 있다”며 강경대응 방침도 시사했다.

렁 장관의 담화가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정부는 5일 “최후통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는 이날 “시위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청사 봉쇄 해제와 청사 부근 주요 도로 점거 중단을 대화 조건으로 제시했다.

시위대도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밝혔다. 학생 시위를 이끄는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는 5일 “경찰이 민주화 시위대와 반대파 간 충돌을 공평하게 잘 처리한다면 정부와 다시 대화할 수 있다”고 조건부 대화를 제의했다.

시위대는 또 이날 밤 청사 입구와 행정장관 판공실 봉쇄를 일부 해제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이날 TV 화면에는 청사 앞에서 대치하던 학생 시위대와 경찰이 악수하며 함께 바리케이드를 치우는 장면이 방영됐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자체 트위터에 (점거 중이던) 행정장관 판공실 외곽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 장기화로 동력이 약화된 가운데 민주화 요구 시위대와 도심 점거 반대파가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3일 몽콕(旺角)에서는 양측 간 폭력사태로 경찰 18명이 부상한 데 이어 4, 5일에도 몽콕과 청사 주변 등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지난달 28일 이후 부상자가 165명에 이른다.

시위대는 현장에 배치된 경찰이 반대파의 시위대 공격을 제대로 막지 않고 있다며 비난했다. 경찰은 자신들은 공정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3일 이후 30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최소 8명이 폭력조직인 삼합회 소속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4일 이번 시위를 정권 교체를 위한 ‘색깔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강도 높은 대응을 촉구하는 등 여론전 수위를 높였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중국이 특무요원 5000명을 홍콩에 잠입시켰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