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톡톡]시애틀 “이젠 콜럼버스 데이 아닌 원주민의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1492년 신대륙 발견 기념 국경일… 2014년부터 10월 둘째 월요일 명칭 변경
인디언 환영… 이탈리아계는 반발

미국에선 매년 10월 둘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라는 국경일로 지낸다.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1492년 10월 12일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많은 미국인은 이 사건을 ‘신대륙 발견’으로 부른다.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이 살고 있었음을 무시한 표현이다.

미 워싱턴 주 시애틀 시는 올해부터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부르기로 했다. 이날을 아메리카 원주민이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와 문화를 기리는 행사일로 삼자는 안건이 6일 시의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원주민과 지지자들은 이번 결정이 수백 년 동안 살아온 아메리카 원주민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인정한 쾌거라며 반겼다. 미 북서부 인디언 부족연합회 회장이며 키놀트부족 대표인 ‘선명한 황갈색 새끼사슴’(여)은 “이번 결정으로 우리의 값지고 풍성한 역사를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까지 계승해갈 수 있게 됐다. 그 누구도 워싱턴 주나 시애틀을 발견하지 않았다”고 연설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모국인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이 사실상 ‘이탈리아 전통유산의 날’ 역할을 해왔음을 간과한 또 다른 민족차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 들어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와 사우스다코타 주도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올해 콜럼버스 데이는 13일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시애틀#콜럼버스 데이#원주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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