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에 프랑스 장 티롤 교수
산업조직론 - 게임이론 권위자… 무차별적 가격규제 부작용 경계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기업 독과점 규제 방안을 연구한 프랑스 툴루즈 1대학의 장 티롤 교수(61)가 수상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민낯이 드러난 기업의 과도한 영향력을 적절히 제어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경쟁 정책을 연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 시간)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티롤 교수는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법에 대해 경제학적인 분석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그의 연구는 각국 정부가 기업 담합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에 통합적인 이론을 제공했다”며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돼온 시장 실패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티롤 교수는 산업조직론과 게임이론에 공을 세운 프랑스 경제학자로 그동안 여러 차례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명돼 왔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1981년 박사학위를 받고 1991년까지 이 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산업조직론’, ‘게임이론’, ‘금융위기, 유동성, 국제통화체계’ 등의 논문과 저술을 통해 일부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다른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으면서 독점적 이익을 누린 결과 ‘시장의 실패’가 생기는 점에 주목했다.
티롤 교수는 이런 시장의 실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규제 정책은 특정 환경하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환경이 바뀌면 제구실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는 모든 국가가 천편일률적인 규제를 실시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무차별적인 가격 규제의 부작용을 경계했다. 일례로 정부가 상품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으면 당장은 사회 전체의 이익이 늘어나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독과점적 지위가 더 공고해진 기업에 이익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 인수합병(M&A)은 혁신을 촉진할 수 있지만 경쟁을 없애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양면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티롤 교수는 이런 점을 감안해 “규제 정책은 각 산업사회가 처한 특별한 조건을 감안해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학자들은 티롤 교수에 대해 금융산업과 기업 재무구조 연구의 지평을 넓힌 석학이라고 평가했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티롤 교수 이전에는 기업의 독과점 폐해를 증명할 수단이 없었는데 게임이론을 활용해 어떤 경우에 과점과 독점이 반경쟁적인 상황을 초래하는지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조직론 등은 이 사람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기술적인 연구에 편중돼 있고 경제학의 큰 방향을 잡는 연구가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정형권 미시제도연구실장은 “1980년대 티롤 교수가 쓴 산업조직론은 지금도 미국 대학원에서 주요 교재로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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