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진땀 再選… 경제붐 꺼진 南美 ‘핑크 타이드’ 퇴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3시 00분


브라질판 대처’ 인기 예전만 못해… 야당 후보에 3.2%P差추격 허용
고개숙인 삼바경제 회복 가시밭길, 우루과이서도 과반 실패… 11월 결선
경기호황 볼리비아선 3選 성공… “좌파도 먹는 문제 해결해야 재집권”

남미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펴던 좌파 정권이 경제난으로 인기가 시들고 있다. 이달 대선을 치른 브라질에서 다시 좌파 정권이 승리했고 우루과이에서도 높은 득표율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그렇지만 좌파 지지도는 예전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다.

26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힘겹게 눌렀다. 중도좌파 노동자당(PT) 후보인 호세프 대통령은 51.6%의 득표율로 48.4%를 얻은 우파 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를 물리쳤다. 그는 2010년 대선에서 조제 세하 PSDB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이겼지만 이번에는 격차가 3.2%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브라질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서 연임에 성공한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경제난은 막판까지 야당 후보에게 턱밑까지 추격당한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 호세프의 첫 집권 때 7.5% 성장했던 브라질 경제는 올해 1, 2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다. 여기에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마리나 시우바 후보까지 네베스를 지지하자 판세가 급변했다. 다급해진 호세프 측은 “우파 정권이 집권하면 현 복지 정책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선전하며 빈곤층 표를 끌어 모았다.

고질적 치안불안, 잘사는 남부와 개발이 저조한 북부로 갈린 계층 및 지역 갈등 해소가 호세프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의식한 그는 재선 확정 직후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선을 치른 우루과이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없어 1, 2위 후보가 다음 달 30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BBC는 출구조사에서 집권 좌파연합의 타바레 바스케스 전 대통령이 44∼46%, 중도우파 국민당의 루이스 알베르토 라카예 포우 후보가 31∼34%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4년 10월 우루과이 최초의 좌파 정권을 탄생시킨 바스케스가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할지는 최근 경제난으로 좌파 정권의 장기 집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파라과이와 콜롬비아를 제외한 남미 10개국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은 것을 두고 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Pink Tide)’라고 부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핑크 타이드가 물러서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 때문에 12일 좌파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60%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2006년 첫 집권 때 5.3%였던 실업률은 지난해 3.2%로, 빈곤율은 38%에서 20%로 각각 떨어졌다. 에너지산업 국유화 재원으로 인플레를 통제하고 소득 재분배를 실시한 덕분이다.

미국의 남미 전문 싱크탱크 미주간대화(IAD)의 마이클 시프터 소장은 “모랄레스의 3선 비결은 ‘실용주의적 사회주의(pragmatic socialism)’로 부를 수 있다”며 좌파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호세프#핑크 타이드#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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