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너무 어리다. 돈도 너무 없다. 지역구는 공화당 텃밭이다. 상대는 6선 거물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그러니 10년 뒤를 기약하자.”
미국 민주당 사상 최초의 한국계 하원의원 후보인 로이 조(조동휘·33) 변호사가 지난해 5월 “뉴저지 주 제5선거구에서 공화당 스콧 개릿 의원(55)과 맞붙겠다”고 선언하고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당내 인사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렸다고 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무모한 도전을 왜 하려 하느냐’는 얘기였다. 이에 조 변호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30대 때 주지사를 했고 지금 공화당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30대 의원이 여럿 있다”며 밀어붙였다. 그는 이를 한국인 특유의 ‘배짱’이라고 여러 유세에서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4일 아침 일찍부터 지역 내 투표소를 누비며 “여러분이 원하는 그 ‘변화’를 함께 실현하자”고 호소했다. 미국은 선거일에도 유세를 할 수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유권자 한 명이라도 더 만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5선거구는 뉴저지 주 내 다른 지역보다 소득 수준이 높고 백인이 90%인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개릿 의원이 6선을 하는 동안 상대 민주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가 최소 12%포인트였다. 공화당적을 가진 유권자(13만1964명)가 민주당적 유권자(12만22명)보다 1만 명 이상 많다. 이런 악조건에서 조 변호사가 개릿 의원과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약 5%포인트) 이내로 줄인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저지 주의 메이저 지역신문인 스타레저와 레코드는 물론이고 개릿 의원의 고향인 워런카운티의 대표 신문인 워런카운티 익스프레스타임스까지도 조 변호사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온 건 젊은 조 변호사의 소통 노력 덕분이라고 이들 지역 언론들은 전했다. 공화당 내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 소속인 개릿 의원이 보수 이데올로기에 너무 집착해 지역 민심과 멀어진 틈을 조 변호사가 가가호호 방문 같은 ‘발품 파는 정치’로 파고들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개릿 의원은 조 변호사의 무서운 상승세에 끝까지 ‘무시 전략’으로 대응했다. 이런 태도가 유권자로부터 더 큰 반감을 불렀다.
미국 내 한인 유권자 운동을 선도해온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미국에서 현역의원, 그것도 6선 중진의 프리미엄은 한국 유권자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로이 조가 이기면 중앙정치의 스타, ‘미래 하원의장감’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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