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정치의 벽을 깨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신진 정치인을 대거 배출한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리더 양성학교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이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 정경숙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4년 과정의 정경숙에 재적 중인 연수생은 12명(32∼35기)으로 기수마다 2∼4명에 불과하다. 1기 졸업생이 노다 전 총리 등 19명이었고 10기까지 매년 10명 이상이 졸업하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지원자 수도 300명을 넘어서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평균 150∼200명에 그쳤고 재작년부터는 이보다 더 줄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정경숙은 마쓰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이 1979년 사재 70억 엔(약 665억 원)을 털어 세운 ‘정치사관학교’다.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만 22∼35세의 지원자를 연수생으로 받아 지금까지 257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7월 현재 국회의원 36명, 지방의원 24명, 지사 및 기초자치단체장 9명이 탄생했다.
마쓰시타정경숙 출신은 민주당 정권에서 꽃을 피웠다. 1기생인 노다 의원이 총리에 오른 것을 비롯해 8기생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의원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의원이 잇달아 외상을 지냈다. 2기생인 마쓰바라 진(松原仁) 의원은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냈다.
자민당 정권에서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단골 참배객’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이 5기,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11기 졸업생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사죄한 고노 담화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차세대당 간사장도 2기 졸업생이다.
졸업생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우파로 분류된다. 마쓰시타 회장이 정경숙 설립 당시 “국시(國是)는 국가경영의 기본방침으로 이는 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게 국가주의 성향의 정치인을 길러낸 배경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때 일본의 희망으로 각광받던 마쓰시타정경숙의 교육철학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념적 성향이 겹치는 자민당이 야당 시절이던 2010년 본격적으로 정치숙을 개설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 자민당 정치숙은 현재 전국 40개 도도부현 지부연합회(한국의 지구당)에 개설돼 매년 1000명 이상의 수강생이 모여들고 있다.
마쓰시타정경숙 관계자는 합숙하면서 강도 높게 진행하는 교육 스타일이 외면받는 데다 정치인이 되는 경로가 다양해진 점을 쇠퇴 원인으로 분석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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