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실시된 4일(현지 시간) 코네티컷 주 지역 라디오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 중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56년 만에 중간선거에서 두 번 연속 패한 그의 상황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하원 중간선거에서 연이어 진 것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민주당·1945∼1953)과 아이젠하워 대통령(공화당·1953∼1961)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국정운영 동력을 더욱 잃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이민법 개혁, 온실가스 규제 등 ‘오바마 이슈’를 의회 협조가 필요 없는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공화당이 이민법 개혁을 강행하면 대통령 제소로 맞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새로 의회가 구성되면 정치적 파열음을 내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에 일부 양보하면서 최소한의 ‘오바마 이슈’를 챙기는 ‘투 트랙’ 전략으로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싱크탱크인 ‘초당적 정책센터(BPC)’ 존 포티어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사회간접자본(SOC) 확대 등에서 공화당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그랜드 바겐(대타협)’을 이뤄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외교안보에서는 개입을 꺼리고 이민개혁, 총기규제 등 국내 정책은 의회와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확인시켰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생각하기는 싫어했지만 정부를 이끄는 능력은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생각만 할 뿐 이끄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고 지적했다.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참모진과 내각 일부를 개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에볼라 사태 대처,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전략이 미흡했다는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상으로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이 자주 거론된다. 헤이글 장관이 이달 중순 예정됐던 베트남 미얀마 방문을 돌연 연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개편설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외교안보 라인이 부분 개편되더라도 당장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공화당은 (그동안 경색됐던) 북한 상대의 외교적 노선을 새로 모색하는 데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 실험 등에 나선다면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보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행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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