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서방-러 新냉전 직면… 우크라사태 등 대화로 해결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베를린장벽 붕괴 25년 행사서 경고
“美, 옛 소련 해체후 승리주의 취해… 긴장완화 새 질서 못만든게 원인”

“세계가 새로운 냉전에 빠져들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아니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의 계기를 제공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83)이 장벽 붕괴 25주년인 9일 기념행사에 참석해 ‘신(新)냉전’을 경고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관계를 언급하며 “유럽과 중동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강대국들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미국과 서방이 ‘승리주의’ 유혹에 넘어가 긴장 완화를 위한 새 국제질서를 만들지 못하고 독점적 지배체제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독일 통일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에서는 25주년 기념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과거 장벽이 있던 15km의 구간에 설치된 조명 풍선 8000개가 9일 밤 장벽이 무너진 시간에 맞춰 하늘로 치솟으면서 축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는 1990년 독일 통일 선포 당시 이곳에서 울려 퍼졌던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다시 연주했다. 주말 동안 최소 100만 명의 시민과 외국인 여행객들이 베를린을 찾았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등 국내외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보른홀머 거리에 새로 문을 연 베를린 장벽 기념 전시관에 참석한 메르켈 총리는 “1989년 당시 목욕탕에서 집으로 가던 중 서베를린으로 향하는 인파를 만나 평화행진에 합류했다. 장벽을 넘어 보른홀머에 도착했을 때 낯선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아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하일 고르바초프#신 냉전#베를린장벽 붕괴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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