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APEC]한중, 중일 정상회담
아베와의 첫 정상회담서… “역사는 13억 인민문제” 지적
日 “관계 개선 첫걸음” 의미 부여… 中언론 “日요청 받아들여 만나”
10일 오전 11시 50분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만남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시 주석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외교적 결례를 감수한 듯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접견실에서 상대를 기다린 쪽은 손님인 아베 총리였다. 이곳에는 양국 국기도 걸리지 않았다. 조금 늦게 들어선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미소를 띤 채 악수를 청하며 인사말을 건넸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아베 총리의 통역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정면의 취재진을 향해 얼굴을 돌려 버렸다. 머쓱해진 아베 총리는 굳어진 표정으로 취재진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시 주석은 기념촬영 때도 아베 총리로부터 가급적 거리를 두려 했다. 중국중앙(CC)TV는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에서 시 주석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대신 아베 총리는 뒤통수만 나온 화면을 내보냈다. 회담 장면은 공개하지도 않았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아베 총리를 향해 작심한 듯 훈계성 지적을 쏟아냈다. 그는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한다는 정신으로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추진해야 한다”며 “역사 문제는 인민 13억 명의 감정과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 상태로는 일본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 △일본이 계속 평화발전의 길을 걷고 △세밀하고 신중한 군사안보 정책을 채택하며 △주변국과 신뢰를 증진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회동 뒤 일본 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에 다시 서 관계를 개선시킬 제1보(步)가 됐다”고 말했다. 곧바로 뒤에 있던 일본 정부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끝내겠다”고 하자 그는 겸연쩍은 듯 웃고는 이렇게 추가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대를 이용해 정상 간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조용한 노력을 거듭해왔다.”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 언론은 이번 회동을 ‘응약회견(應約會見)’으로 표현했다. 일본 요청을 받아들여 만나줬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아침까지도 일본에 회담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다. 취재진도 시작 30분 전에야 시간을 통보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한국 등 다른 정상과는 책상을 2열로 둔 채 정식 회견을 했지만 아베 총리와는 소파에 앉아 대화하는 약식 회동으로 격을 낮췄다.
하지만 이날 밤 만찬에서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각국 정상 부부를 맞이한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함께 들어서자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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