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고립 김정은-푸틴 경협 고리로 전략 제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北 최룡해 특사 러시아 방문

“북한이 왜 특사를 파견했느냐가 아니라 러시아가 왜 지금 특사를 받기로 했는지를 봐야 한다.”

북한이 17일 시작한다고 밝힌 최룡해 특사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교류 대상을 확대하려 애써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을 비롯한 인권 공세에 대응해 북한은 아프리카 우간다까지 사절단을 보낼 정도로 외교자산을 총동원하고 있다.

○ 왜 러시아가 북한 특사를 받았나?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의 입장 때문에 북한이 필요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3월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을 비난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일관되게 러시아를 지지했다. 당시 유엔 회원국 193곳에서 찬성 100표, 반대 11표가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북한 껴안기는 이런 ‘감사 표시’ 수준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가 위축된 사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러시아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북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동아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에 따라 러시아의 새로운 전략 거점이 되고 있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제어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북한에 100억 달러 부채 탕감, 총연장 3000km 철도 보수 약속, 루블화 결제화폐 지정 허용 등 경제 협력에 공을 들였다. 더구나 러시아는 북-러 경협을 남-북-러 협력으로 가는 도약대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방한에서 “‘신동방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공통점이 많다”고 강조하며 남-북-러 협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룡해 특사 파견에 대한 중국 언론의 평가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은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은 김정은-푸틴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담이 이뤄지면 북-러가 신밀월기를 맞을 뿐 아니라 동북아 정치판도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청년보도 “북-중 경협이 장기간 정체 상태인 가운데 러시아와의 협력은 북한에 ‘강심제(强心劑)’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러가 밀월관계로 가면 북한과 냉각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도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특사 전용기 회항 소동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중국 언론 김정은 생모 고영희 실명 보도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6일 북한의 ‘어머니의 날’ 관련 보도를 내보내며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를 실명으로 보도했다. 이 통신은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뿐 아니라 북한 지도자들의 어머니인 김정숙(김정일의 생모)과 고영희의 무덤에도 꽃을 가져다 놓는다. 고영희는 선군조선의 어머니로 불린다”고 말했다.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 체제에서 재일교포 출신인 고영희는 금기어다. 북한 매체는 고영희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최룡해#김정은#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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