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26억원 들인 새 대통령궁 방문… “평소 검소한 모습과 안맞아” 논란
이슬람 지도자 만나 종교화합 행보
‘빈자(貧者)의 옹호자’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판 아방궁’ 논란에 휩싸인 터키의 초호화 대통령궁을 방문한 첫 외부 손님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8일 터키 수도 앙카라의 ‘악사라이’(흰 궁전)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30만 m²에 세워진 새 대통령궁은 미국 백악관 크기의 50배, 영국 버킹엄궁의 3배에 이르며 전 세계 대통령 거주지 가운데 가장 크다. 건축비만도 6억1500만 달러(약 6826억 원)가 들었다.
악사라이는 특히 앙카라 도심 녹지인 ‘아타튀르크 숲 농장(AOC)’을 훼손하는 반환경적 불법 건축물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아타튀르크 숲 농장은 1937년 터키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국가에 헌납한 것으로 20년 넘게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미국 USA투데이는 “방 2개짜리 숙소를 이용하던 교황의 검소한 모습은 1000개 이상의 방이 있는 호화판 대통령궁의 첫 손님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교황의 터키 방문은 가톨릭과 이슬람의 종교 간 화합을 위한 시도로 비친다. 터키에서는 국민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교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야만적인 테러조직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종교의 대화와 연대를 촉구했다. 또 교황은 시리아 난민 160만 명을 수용한 터키에 감사를 표하며 “국제 사회는 터키를 도울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터키 방문 중 종교 간 화합을 위한 파격적인 행보도 보여줬다. 다음 날인 29일 푸른 타일로 장식된 이스탄불 사원인 술탄아흐메트 자미(블루 모스크)를 방문해 이슬람 지도자와 나란히 서서 2분 정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의 행동은 기도가 아니라 침묵 경배”라며 “다른 종교 간 대화가 이뤄지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세계 3억 동방정교회 신도의 수장인 바르톨로메오 1세를 만나 자신의 이마에 축복의 키스를 해주길 청하며 겸손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