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봉변’ 10대 소녀들 구한 의인 여대생, 앙심품은 男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일 17시 07분


사진출처 툭세 알바이락 씨 페이스북
사진출처 툭세 알바이락 씨 페이스북
독일 국민들이 23세 여대생의 의로운 죽음을 애도했다. 1991년 터키계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독일 여대생 툭세 알바이락(Tugce Albayrak)은 불량배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던 10대 소녀들을 구하러 나섰다가 숨졌다.

11월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가디언 등 외신은 베를린 시민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툭세 알바이락의 장례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요하임 가우크 대통령은 알바이락 씨를 "롤 모델"로 지칭하고 "모범적인 용기와 도덕적인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었다"라고 애도했다.

지난달 15일 알바이락 씨는 프랑크푸르트 인근 오펜바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누군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10대 소녀 2명이 남자 3명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센 대학 사범대에서 독일어와 윤리학을 공부하던 그는 어린 여학생들을 두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즉시 현장에 뛰어들어 소녀들을 구해냈다. 하지만 앙심을 품은 남성 하나가 뒤돌아서는 그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내리쳤다. 사건 현장 CCTV 카메라에는 폭행당한 알바이락 씨가 뒤로 넘어져 머리를 땅에 부딪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병원에 옮겨진 알바이락 씨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결국 지난달 28일 뇌사 판정을 받고 말았다. 이 날은 고인의 23번째 생일이었다. 부모는 딸의 산소 호흡기를 떼는 데 동의했다.

알바이락 씨의 의로운 죽음이 알려진 후, SNS에서는 그에게 독일 연방 훈장을 추서하자는 청원 운동이 벌어져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고인이 사망한 오펜바흐 병원 인근 거리에서 촛불을 켜고 숭고한 죽음을 기렸다.

한편 언론은 알바이락 씨의 머리를 가격한 18세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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