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 등… 루블화 폭락하며 금융위기 확산
FT “러 등 자본통제 도입할 것”
루블화 폭락 사태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가 추가 제재 조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루블화 폭락으로 인한 위기는 옛 소련권의 형제국가에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행정명령을 통해 올 3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 금융 지원, 무역을 금지하는 추가 경제 제재를 내놓았다. 캐나다도 러시아의 원유 개발에 관련된 제품의 판매·수출을 금지하겠다며 동참했다. 유럽연합(EU)도 20일부터 크림반도 내 투자나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일 “서방이 러시아를 장악하기 위해 국제법을 무시하고 협박, 도발, 경제 제재 등 불법 수단을 쓰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백악관이 쿠바 제재가 정치적 성과가 없고 무익했다는 점을 인정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며 경멸 투의 성명을 내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루블화 추락으로 금융위기가 옛 소련권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벨라루스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몰도바 아르메니아는 무역 거래에 주로 루블화를 쓰면서 고정 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이들 국가의 재정수입은 러시아로 노동 이민을 떠난 이들이 보낸 송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루블화 가치 폭락에 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의 루블화 가치는 이달 19일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맞물려 달러 대비 가치가 하루에 5.5% 떨어져 1998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이 나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0%로 두 배 이상 높이며 통화가치 추락에 맞섰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중앙은행은 급기야 달러 수요를 줄이기 위해 30%의 외화 구매세를 도입하고 장외 외환거래시장도 일시 폐쇄키로 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와 거래는 루블화가 아닌 달러와 유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중앙은행은 루블화 폭락으로 고정 환율제도가 사실상 붕괴하자 당장 사설 외환거래소를 폐쇄했다. 아르메니아 화폐 드람화도 지난달 중순부터 현재까지 달러 대비 가치가 17%까지 떨어졌다. FT는 “루블화가 계속 추락하면 러시아와 옛 소련권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본 통제를 본격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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