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밀 수출 제한조치를 내린다. 러시아발(發)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곡물시장이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 각료회의에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곡물 수출에 행정적 제한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는 “곡물수출 관세가 24시간 내로 부과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러시아 곡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러시아 곡물 수출업자 편에서는 내수물량을 수출로 돌리면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사상 최대의 풍작이었는데도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내 공급 우려로 밀 가격이 9월 이후 약 40% 상승해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러시아 당국이 밥상물가를 안정시키려 관세를 부과해 밀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2004년에도 수출관세를 부과해 밀의 대외 판매를 엄격히 막았다. 이후 2007, 2008년에도 밀에 보호관세를 부과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인 2010년에는 밀 수출을 아예 금지한 바 있다.
러시아의 관세 부과 조치가 알려지면서 국제 밀 가격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밀 선물은 전날보다 1.4%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이번 밀 수출 제한조치가 서방의 제재 강화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FT는 러시아 밀의 주요 수입국이자 러시아의 우방인 터키와 이집트가 밀 수출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지도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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