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이슬람-기독교 문화 충돌… 묻지마 테러-보복 확산
佛 이슬람 연쇄테러 3건 발생… 獨선 ‘유럽의 이슬람化 반대’
극우 1만7500명 모여 세력화
해마다 연말이면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수많은 관광객이 따뜻하게 덥힌 와인 ‘뱅쇼’를 마시며 쇼핑을 즐기는 명소다. 그런데 23일 밤부터 이곳에 총을 든 무장병력 수십 명이 순찰을 돌기 시작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0일부터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묻지 마 테러’가 세 차례 발생했다. 이슬람 이민자가 급증한 독일에서도 대규모 ‘반(反)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성탄절을 앞두고 유럽 기독교 세계에서 ‘이슬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슬람권에서 건너온 이주민들과 사회·문화적 충돌이 확대되고 있다.
○ 공포에 휩싸인 ‘블루 크리스마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의 23일자 1면 제목은 ‘크리스마스의 공포’였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불특정 다수를 노린 테러를 전하는 기사였다.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는 37세 백인 남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도심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 디종에서도 40세 아랍계 남성이 차를 몰고 시내 5곳에서 군중을 향해 돌진해 11명이 다쳤고 투르의 한 경찰서에서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20세 남성이 경찰관 3명에게 칼을 휘두르다 현장에서 사살됐다. 특히 디종과 투르의 사건에서 범인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란 이슬람 신앙고백을 외쳐 이슬람 무장세력을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테러라는 관측도 나왔다.
모방 범죄와 극우단체의 보복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파리의 시나고그(유대인 회당)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프랑스 남부 칸의 거리에서도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던 남성이 체포됐다. 또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차량이 모스크(이슬람사원)의 정문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의 용의자는 “프랑스가 이슬람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극우단체 회원으로 밝혀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패닉에 빠져선 안 된다”며 주요 공공장소에 중무장 경계 병력을 수백 명씩 배치했다.
○ 유럽의 이슬람화 논란
독일에서는 최근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란 단체가 주도하는 월요 시위가 번지고 있다. 이 시위는 올 10월 처음 등장한 이래 “독일의 유대 및 기독교·서방 문화의 보존을 원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세를 불리고 있다. 22일 드레스덴 시내에서 열린 10번째 시위에는 역대 최다인 1만7500명이 참가했다. 내년에 독일에 정착하려는 난민 신청자는 20만 명으로 예상된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타 인종, 타 종교에 대해 지속돼 왔던 독일의 ‘톨레랑스’(관용)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기독교 전통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거세다. 프랑스 서부에 있는 낭트 지방법원은 최근 도의회 건물에 설치한 크리스마스 장식인 ‘예수 탄생 구유 모형’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같은 이슬람 복장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의 종교적 상징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브뤼노 르타요 대중운동연합(UMP)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종교적 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우리의 전통과 문화적 뿌리를 단절해야 하는가. 공립학교의 크리스마스 방학도, 도심광장의 성당 종소리도 금지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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