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해킹 계기로… 오바마, 2015년 신년연설때 북한 거론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7일 03시 00분


뒷전 밀려있던 北문제, 핫이슈로… 상-하원 대북제재법안도 탄력
‘인터뷰’ 상영 美영화관 가보니… 코믹연기에 관객들 폭소 연발
北체제 고발 장면엔 무거운 침묵… “북한문제에 좀더 관심 갖게 됐다”

북한 김정은의 암살을 그린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으로 미국의 내년도 대외 정책에서 북한 문제의 중요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내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강경한 대북 정책 기조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1월 국정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이후 새로운 외교독트린을 제시한 5월 웨스트포인트 연설과 9월 유엔총회 연설 때도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 미국인의 ‘표현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여론을 새해 대북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내년 1월 시작되는 114차 의회에서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도 대북제재 강화법안(HR1771)의 상원 통과 같은 압박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5일부터 미국에서 상영되고 있는 ‘인터뷰’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상영 첫날인 25일 오후 미국 버지니아 주 센터빌 인근 ‘마나서스 4 시네마스’ 영화관에는 워싱턴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일찍부터 몰려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클린트 에번스 씨는 “김정은 같은 독재자가 미국인들에게 ‘영화를 상영하라, 하지 말라’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이 영화관을 인수했다는 인도인 바니 코라나 씨는 “2개월 전에 영화를 주문했는데 북한의 위협으로 개봉이 취소돼 화가 났었다”며 “예정대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첫 회분을 감상한 미국인들은 극중 주인공인 데이브 스카이라크(제임스 프랭코 분)와 에런 래퍼포트(세스 로건 분)의 코믹 연기에 연신 폭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영화가 북한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며 절정을 향하자 영화에 빠져드는 듯 보였다.

특히 북한과 김정은의 실상을 깨달은 스카이라크가 북한의 밤하늘을 향해 “(김정은은)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쟁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또 두 미국 언론인을 도와 김정은을 제거하게 되는 북한 언론 담당 여비서가 “김정은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통해 그가 신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영화를 보고 나오자 다음 회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극장 로비에 빽빽이 줄을 서 있었다. 관객들은 북한 문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관객은 “북한의 테러가 무섭지 않지만 카드를 쓰는 게 꺼림칙해 극장표를 살 때 현금으로 지불했다”고 말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소 워싱턴사무소장은 “제작진이 진지하게 연구한 흔적이 보이지만 사이버 테러 논란이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안 미국 전역의 소형 독립영화관 300여 곳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다. 우려했던 테러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윤완준 기자
#인터뷰#오바마#소니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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