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유럽에서 노숙인에 대한 ‘톨레랑스(관용)’가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 서남부의 앙굴렘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시내 공공장소 9곳에 있는 벤치에 높이 2m가량의 철조망이 뒤집어 씌워졌다. 벤치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와 노숙인, 마약거래범들의 본거지가 된다는 이유로 철조망이 씌워진 것. 자비에 보느퐁 앙굴렘 시장(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은 “샹드마르스 쇼핑구역 상인들이 노숙인과 술 취한 사람들이 지역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민원 때문에 벤치를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벤치를 본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조치’라며 분노를 표했다. 철조망에는 “이것이 우리의 크리스마스!” “앙굴렘은 전 세계의 조롱거리”라는 노란색 메모지가 잇달아 붙었다. 프랑스의 유명 만화인 ‘땡땡의 모험’의 주인공이 앙굴렘의 벤치 앞에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패러디 그림도 인터넷에서 퍼졌다. 일부 활동가는 벤치 철조망 안에 들어가 시위를 벌였다. 반면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앙굴렘지부 측은 “공공질서 확립을 환영한다”며 시장의 조치를 지지하고 나섰다.
영국 런던에서도 25일 켄트 주 캔터베리에 있는 윌킨슨스토어의 입구 앞에서 잠을 자던 노숙인에게 매장 직원이 호스로 차가운 물을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런던의 사우스워크 지역의 한 호화 아파트는 1층 현관 주변에 노숙인 취침을 막기 위한 1인치 높이의 뾰족한 철제 핀을 수십 개 박았다. 런던 중심가인 리젠트거리의 테스코 매장 앞에 설치된 노숙인 방지용 철제 핀은 여론의 질타를 맞고 철거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런던 시는 노숙인의 삶 개선에 3400만 파운드의 예산을 쓰고 있다. 철제 핀은 그 해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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