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89) 전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 서기가 최근 당적이 박탈되고 체포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은 가운데 장 전 주석이 사찰에 가는 모습이 공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은 최근 부인 왕예핑(王冶坪) 씨 및 아들 손자와 함께 하이난(海南) 섬의 산 중턱에 있는 한 사찰에 가는 모습을 둥산링(東山嶺)공원의 위챗(한국의 카톡)에 올렸다.
SCMP는 “이는 명백하게 장 전 주석이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정치적으로 아직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 전 주석은 산을 오르고 내릴 때 약간의 부축을 받는 것 말고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저우융캉의 사법처리 개시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3일 베이징(北京)의 국가박물관을 방문하는 장면이 보도된 뒤 약 1개월 만이다. 그의 옆에는 뤄바오밍(羅保銘) 하이난 성 서기와 몇몇 관리 및 경호원 등이 보였다.
장 전 주석은 “이처럼 유명한 곳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베이징에 돌아가면 둥산의 아름다움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뤄 서기를 도와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하겠다”고 말했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류루이자오(劉銳兆) 씨는 “장 전 주석 3대가 사찰에서 기도하는 산행을 한 것은 장 전 주석이 아들 손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 전 주석은 지난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반부패 사정이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씨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들 손자를 타깃으로 삼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전 주석의 손자인 장즈청(江志成·29)은 홍콩에 설립한 사모펀드 ‘보위(博裕)캐피털’을 통해 대륙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비리 의혹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해 4월 보도했다.
한편 SCMP는 장 전 주석이 오른 산의 이름이 ‘둥산’인 것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둥산자이치(東山再起)’는 ‘권토중래’와 비슷한 의미다. 장 전 주석이 비록 퇴임했으나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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