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라는 기차는 (작년보다)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그 큰 기차가 ‘미국’이란 엔진 하나로만 달린다. 그래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수 없다.”
카우시크 바수 세계은행(WB)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3일 2015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뒤 이렇게 설명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성장률 잠정치(2.6%)보다는 높지만 7개월 전에 내놓은 전망치(3.4%)보다는 0.4%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WB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만으로 유로존과 신흥시장에서 심화하는 문제를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며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개선되겠지만 유럽 일본의 경기 침체, 여러 지정학적 분쟁 위협, 석유 수출국의 재정 문제 같은 위험이 상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만 상향 조정, ‘나머지 세계’는 하향
WB가 지난해 6월 전망치보다 성장률을 더 높게 잡은 주요 국가는 미국과 인도뿐이다. 미국은 3.0%에서 3.2%로, 인도는 6.3%에서 6.4%로 올렸다. 이 보고서는 인도에 대해 “인도 중앙은행이 루피화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고 인도 정부가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인도의 미래 성장 잠재력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좋은 뉴스’는 여기까지였다. WB는 유로존 성장률 전망을 0.7%포인트나 낮춘 1.1%로 제시했다. 유로존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많은 부채와 국제경쟁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성장 전망도 7.5%에서 7.1%로 내렸다. 중국 정부가 수출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국내 소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WB는 이를 “쉽지 않은 까다로운 과정”이라고 예상했다.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1.7%포인트 하락한 1%로 제시됐다. 투자자들의 불안, 상품 경쟁력 저하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이 주요 이유다.
가장 심각한 나라는 러시아다. WB는 지난해 6월엔 0.5% 성장을 전망했지만 이번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2.9%)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와 국제유가 하락이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WB는 이들 주요 국가의 경제 위기나 둔화가 주변 신흥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면서 개발도상국 전체의 경제성장률도 5.4%(지난해 6월)에서 4.8%로 크게 낮췄다.
○ 더욱 주목받는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국제유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인데 이 경우 신흥국의 차입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채무 상환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시장의 약세에 따라 투자 자금이 미국에만 몰리면서 신흥국 통화는 더욱 약해지는 추세를 보인다. 바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약세 때문에 미 연준이 예정된 금리 인상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월가 등 국제 금융시장은 금리 인상 시기를 올해 중반(6월)으로 예상해왔다.
한편 WB 보고서는 산유국의 수지 악화를 △지속적 무역량 감소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유럽과 일본의 경기침체 장기화 등과 함께 4대 위험요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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