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통령 자택에 ‘탕탕탕’, 바이든 비공개 일정 어떻게 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14시 52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자택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해 미 정부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 이후 서방을 겨냥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이 높아진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은 미 정부 서열 2위인 바이든 부통령을 사실상 겨냥한 총격 사건이 벌어진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간) 오후 8시반 경 미 델라웨어 주 윌밍턴 인근 바이든 부통령 자택 인근을 지나가던 차량에서 여러 발의 총알이 자택 쪽으로 발사됐다. 사건 당시 바이든 부통령 부부는 외출 중이었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 로버트 호백 대변인은 1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자택 안에 있던 경호 요원이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으나 용의 차량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달아나 검거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의 자택은 총알이 발사된 곳에서 대로변에서 300여 m 떨어져 있다. 비밀경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총격 사건 직후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델라웨어 자택이 아닌 제3의 장소로 피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의 17일 일정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용의자가 그를 겨냥했다면 어떻게 대외비 일정을 알고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떨어진 델라웨어 자택에 총격을 가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공식 일정이 없을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식 일정 없음’(No public schedule)이라고 표기한다. 17일도 그랬다. 단, 동아일보 등 내외신 출입기자단에게는 e메일로 비공식 일정을 종종 알려주는데 17일의 경우 ‘바이든 부통령은 델라웨어 자택에 머물 예정’이라고 돼 있었다. 바이든 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지역구인 델라웨어 주 자택과 워싱턴 내 공관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일각에선 용의자나 그 배후 세력이 백악관 전산망 등을 침입해 부통령 일정을 알아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인터넷이나 트위터로 테러 계획을 수립하거나 미군 전산망 등 정부 시설을 수시로 해킹해 온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IS를 사랑한다”고 밝힌 ‘팀 시스템 DZ’라는 해커들이 16일 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아일 오브 와이트’ 카운티 홈페이지를 공격해 한동안 마비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미 정치권에선 자생적 테러 조직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 위협이 점차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18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도 언제든 테러 공격을 자행할 수 있는 테러 단체의 잠복 조직(sleeper cells)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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