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日인질 1명 살해영상 공개… 1명은 테러범과 교환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새 조건 제시하며 협상전략 바꿔
아베 “신빙성 높아… 용납 못해” 日열도 충격 “IS에 강한 분노”
교환 요구한 女테러리스트는 2005년 60명 사망 연쇄테러 연루



일본인을 인질로 잡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인질 석방 대가로 요르단에 수감된 여성 테러리스트의 석방을 요구하며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질 1명이 살해됐다는 동영상이 24일 공개된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IS, 인질 전략 변경”

24일 유튜브에는 IS가 인질로 붙잡은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의 사진이 올랐다. 그는 사진 2장을 붙여놓은 패널을 들고 서 있었다. 사진 1장은 고토 씨와 같은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인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이고 다른 1장은 쓰러져 누워 있는 모습이다. 고토 씨의 얼굴은 선명하지만 그가 들고 있는 사진들은 다소 흐릿해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를 배경으로 동양인 음성으로 메시지가 약 3분간 나왔다. 메시지는 “나는 고토 겐지다. 당신들이 본 것은 이슬람 칼리프 국가의 토지에 버려진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 씨의 사진이다”로 시작했다. 이어 “아베, 당신이 하루나 씨를 살해했다. 그들은 이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요구는 그들의 자매 ‘사지다 알 리샤위’(사진)를 석방하는 것이다. 사지다가 석방되면 내가 즉시 해방된다”며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사지다 알 리샤위는 2005년 요르단 수도 암만의 호텔 3곳에서 벌어진 연쇄 폭탄 테러에 연루돼 요르단 감옥에 갇혀 있는 이라크 출신 여성 테러리스트다. 당시 테러 사건으로 60여 명이 숨졌다. 고토 씨가 실제로 이 메시지를 말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아사히신문은 25일 “고토 씨의 음성과 비슷하다”는 고토 씨 지인의 의견을 실었다.

아베 총리는 25일 오전 NHK 방송에 출연해 영상에 대해 “신빙성이 높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동영상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유카와 씨가 IS에 살해된 것이 확인될 경우 그는 첫 번째 아시아인 희생자가 된다. 지금까지 IS에 희생된 인질 6명은 모두 서양인이었다.

3년여 전 이라크에서 무장 세력에 붙잡혔다 풀려난 프리랜서 기자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 씨는 “이번 요구는 기한을 정해놓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모든 채널을 동원해 고토 씨가 풀려나도록 전력을 쏟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주임분석관 출신의 작가인 사토 마사루(佐藤優) 씨는 “일본 정부가 IS에 휘둘리게 만들고자 한 영상”이라며 “‘일본 정부는 무엇을 하는 것이냐’며 일본 여론의 비판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25일 말했다.

IS가 인질 한 명은 살릴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 것도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기 쉽다는 인상을 주면서 일본 여론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적극적 평화주의 비판 여론

일본인 인질 1명이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 일본 언론은 25일 인질 살해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다. 도쿄(東京)에 사는 30대 직장인 후지이 이치로(藤井一郞)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충격적일 뿐 아니라 IS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5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언어도단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폭거다. 강한 분노를 느낀다. 고토 씨를 즉시 석방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협상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테러범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없는 데다 인질 교환과 관련해 협상을 할 경우 ‘테러단체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 미국, 영국과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아베 총리가 펴온 ‘적극적 평화주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우스키 아키라(臼杵陽) 일본여자대 교수(중동현대사)는 최근 아사히신문에 실린 칼럼을 통해 “미일 동맹이라는 명목에 따라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중동에 들이밀면 일본이 테러세력의 적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며 “아베 정권과 일본인은 각오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26일 정기국회가 열리면 이번 인질 사태를 계기로 아베 총리의 적극적 평화주의와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위한 안보 관련법 개정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아베 총리가 17일 밝힌 ‘IS 대책에 2억 달러 지원’ 표명이 IS 인질 사태의 계기가 된 만큼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IS#일본 인질 살해#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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