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내부소통… 업무시간 대부분 직원들과 만나
② 포용人事… 껄끄러운 거물 삼고초려해 영입
③ 약자배려… 물가안정 넘어 빈부격차도 고민
미국 최초의 여성 중앙은행 수장에 오른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3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 직후 파이낸셜타임스가 “옐런 의장을 아는 모든 사람이 한 가지 동의하는 것은 그가 특이할 정도로 상냥하고 품위 있다는 점”이라고 평한 대로 그는 학창 시절부터 남보다 뛰어났지만 자신을 드러내거나 과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게 중평.
‘부드럽고 상냥한’ 옐런 스타일은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현지 언론들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칫 사분오열될 수 있는 연준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옐런 리더십을 키워드로 뽑으면 ‘내부소통’ ‘포용인사’ ‘약자배려’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그는 업무를 볼 때 일대일 전화나 대면 보고를 선호했다. 그의 첫 6개월(지난해 2월 3일∼7월 31일) 근무일지를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 의장은 업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직원회의(184시간)에 썼다”고 전했다. 행사 참석(63시간), 민간 금융인들과의 만남(8시간)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이런 행보는 재임 중 ‘제왕적 리더십’이란 평을 들었던 앨런 그린스펀 전전 의장이나 내부보다 ‘시장(市場)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벤 버냉키 전 의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옐런 의장이 내부 스킨십에 주력한 것은 나름대로 배경이 있다. 미 경제 호황기에 19년간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과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은 버냉키는 외부 상황이 너무 좋거나 너무 나빠서 의사결정에 별 장애물이 없었지만 옐런이 취임했을 때는 달랐다. 경제가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돈 풀기’(양적완화) 정책을 언제 끝내야 할지, 금리 인상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연준 산하 금리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 중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와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통화 긴축과 물가 안정을 주장하는 대표적 매파(강경파)여서 비둘기파(온건파) 옐런을 포함한 여타 임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옐런은 이런 상황을 파격적인 인사로 뚫고 나갔다.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는 거물을 삼고초려해 모신 것. 지난해 6월 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스탠리 피셔(72)였다. 그는 옐런보다 세 살이 많고 한때 연준 의장 후보였으며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씨티그룹 부회장,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낸 국제 금융계의 거물이었다.
옐런 의장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사람을 2인자 자리에 앉힘으로써 학계와 연준 경력으로만 한정된 스스로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평을 듣는다. 당초 부의장 자리에 난색을 표했던 피셔도 옐런의 거듭된 설득에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두 사람은 지난 반년간 ‘드림팀’의 면모를 보였다”며 “피셔가 옐런에게 부족한 민간 금융회사 경험 및 국제 감각을 잘 보완했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이 빈부격차 문제에 관심을 표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취임 직후였던 지난해 3월 기자회견에서 “저소득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빈부격차가 100년 만에 최악으로 벌어져 ‘기회의 평등’이란 미국의 전통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치적인 발언까지 했다. 그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UC버클리) 시절 노동시장과 실업 문제를 연구하면서 소득 불평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연준 의장이 ‘양극화’ 문제를 꺼내든 것은 이례적인 행보였다. 여기에는 시대 상황에 맞춰 중앙은행도 변해야 한다는 옐런 의장의 철학이 담겨 있기도 하다.
과거 수장들은 ‘물가 안정’에만 매달렸지만 이제는 중앙은행도 행정부처럼 성장과 고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게다가 금융위기 극복 방법으로 중앙은행들이 내놓은 ‘돈 풀기’ 정책이 부자와 대기업에만 쏠려 오히려 양극화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현 민주당 정권은 양극화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계층이 저소득 여성이라는 점을 들어 여성 연준 의장이 양극화 해소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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