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지원혐의로 구금… 함께 체포된 2명은 여전히 투옥중
알자지라 소유 카타르에 화해 손짓
이슬람 세력을 지원했다는 혐의 등으로 이집트 교도소에서 1년 넘게 구금됐던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TV의 호주 출신 기자가 1일 전격 석방됐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구금 400일 만에 석방된 알자지라 소속 피터 그레스터 기자(50)는 이날 이집트 토라 교도소를 떠나 키프로스행 비행기 편으로 출국했다. 그는 비행기를 갈아탄 뒤 고국인 호주에 도착해 가족과 상봉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함께 복역 중이던 캐나다-이집트 이중 국적의 무함마드 파흐미(전 CNN 기자)와 이집트인 바헤르 무함마드 등 알자지라 기자 2명은 여전히 구금 중이다. 알자지라는 성명에서 “남은 기자들이 다시 자유를 얻을 때까지 쉬지 않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스터 기자는 BBC, 로이터 등에서 일하며 분쟁지역 보도를 해 온 인물로 지난해 12월 ‘호주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워클리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그레스터 등 알자지라 기자 3명은 2013년 12월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체포돼 징역 7∼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레스터 기자는 유죄 판결을 받기 전 공개한 편지에서 거짓 보도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사실에 크게 괴로워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20년간 특파원으로 해외에서 일하면서 나는 안전하게 일하는 방법을 알지만 그 경계선 언저리에 안주하지 않았다”며 “이집트에서는 ‘새로운 기준’ 때문에 일상적인 취재활동이 갑자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현재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을 관련 당사자에 대한 언급 없이 어떻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전 세계 언론단체들은 그레스터 기자 구명운동을 벌여 왔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버티던 이집트 정부가 그레스터 기자를 전격 석방한 것은 알자지라를 소유한 카타르 왕실과 이집트 정부 간 관계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타르는 이집트 군부와 갈등을 빚었던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지원해 반발을 샀다. 카타르는 지난달 22일 알자지라의 이집트 지사를 폐쇄하며 이집트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호주 정부도 자국민 기자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레스터 기자가 이집트 대통령령에 따라 호주로 강제 추방되자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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