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급증, 항공수요 늘었는데 조종사·정비사 인력난은 가중
2014년 대형 항공사고 8건중 7건 말레이항공 등 亞여객기서 발생
승객과 승무원 58명을 태운 대만 푸싱(復興·트랜스아시아)항공의 여객기 GE235편이 추락하면서 아시아 항공업계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7월 48명의 탑승객을 숨지게 한 푸싱항공이 7개월 만에 다시 낸 사고다. 또 말레이시아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지 겨우 1개월 만이다. 이를 놓고 급성장한 아시아 항공 수요를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 항공사고를 집계하는 민간기구인 항공안전네트워크(ASN)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항공사가 낸 대형 항공사고는 모두 8건(총 924명 사망 및 실종)이다. 이 가운데 7건이 모두 아시아권 항공사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왜 유독 아시아에서 항공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것일까.
주요 외신들은 아시아 항공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어버스와 ATR, 보잉 등 항공기 제작업체들은 지난해 만든 신형 항공기 1543대 가운데 대부분을 아시아권 항공사에 인도했다. 그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뜻이다. 1952년 설립된 푸싱항공도 2011년 상장한 뒤 중국 본토와 아시아 도시들로의 신규 취항 노선을 20여 개나 늘렸다.
이런 성장세는 아시아권 항공 승객 수가 급증한 데서 비롯된다. 아시아권 승객은 최근 5년간 계속 늘어 연간 10억 명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 항공 수요(30억 명)의 3분의 1이 아시아에 몰려 있는 셈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 비중이 조만간 4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시아권 항공 수요는 중국과 인도의 소득이 늘어나고 동남아시아 군도를 항공 노선이 촘촘히 이으면서 2011년 이미 유럽과 북미를 넘어섰다. 매일 아시아 상공을 오가는 비행기는 7000여 대나 된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르지 못하다 보니 조종사 및 정비 인력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종사의 충분한 휴식을 고려할 때 항공기 1대당 최소 10∼12명의 조종사를 고용하고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보잉은 아시아 지역에서 향후 20년간 필요한 신규 조종사 수를 21만6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 항공컨설팅업체 ‘세이프티 오퍼레이팅 시스템스’의 존 콕스 최고경영자(CEO)는 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며 “급성장하는 항공사들은 조종사와 정비요원, 항공운항 관리요원, 승무원 등의 채용을 늘려 안전기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아시아 항공사들에는 이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조종사가 기장으로 승진하려면 수년간 비행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급성장한 항공사로선 숙련된 조종사를 구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항공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의 구인광고 300여 건 가운데 절반가량은 아시아권 항공사가 낸 것인데 기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조종사가 많다 보니 급박한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가항공사들은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수익 구조상 숙련된 조종사들을 충분히 채용할 수 없다”고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가 저가항공사에서 비행시간을 채운 뒤 서구나 중동의 대형 항공사로 옮겨가는 문제도 있다. 구인난에 여러 국가 출신의 조종사를 채용하다 보니 위기상황에서 의사소통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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