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산층 회복을 위해 ‘기회의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경제적 성공의 기회를 제공할 강한 가정, 교사의 책임성 그리고 학교 선택권을 강화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합니다.”
미국 공화당의 2016년 유력 대선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2·사진)가 4일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강연에서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위해 국가는 물론이고 사회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에 방점을 둔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냈다.
그는 아직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당내 경선 레이스를 시작한 상태다. 미 전역을 돌며 강연과 연설을 하고 있는 그는 8년 만에 공화당 정권을 세울 구체적인 비전과 공약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6일 정치자금을 모으고 지지 세력을 규합할 공식 창구인 정치활동위원회(PAC) ‘라이트 투 라이즈(Right to Rise)’를 발족했다. 플로리다 주에서만 2500만 달러를 모으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첫 3개월 동안 1억 달러(약 1090억 원)를 모금할 계획이다. 그가 공화당 ‘큰손’들의 자금을 싹쓸이할 기세를 보이자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수 도전 의지를 밝혔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CNN의 공화당 대선후보군 여론조사에서 부시 전 주지사는 23% 지지를 얻어 13%를 얻은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1위를 달렸다.
벌써부터 미 정가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2001∼2009년)의 친동생인 부시 전 주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지지율을 위협하고 있다며 내년 대선은 미국 정치 명문인 ‘부시가(家)’와 ‘클린턴가’의 경쟁으로 좁혀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는 클린턴 전 장관을 향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 외교정책 책임자로 일했지만 뚜렷한 업적이 없고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70세의 고령이 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공화당 내에서 합리적이고 대중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남미 이민 인구가 많은 플로리다의 주지사를 지낸 경험 덕분인지 당내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민개혁에 굳건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 주 정부의 요직인 국토부 장관(랜드 커미셔너)에 당선된 장남(조지 프레스콧 부시·39)은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형인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동생이 출마를 결심하면 나도 ‘다걸기(올인)’할 것이고 막후에서라도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멕시코 출신 부인을 둔 부시 전 주지사는 스페인어에도 능해 그동안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히스패닉 인구(전체 유권자의 11%) 껴안기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허락’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워 여성 유권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기도 했다.
하지만 형인 부시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과 주지사를 그만둔 후 몸담았던 정치 컨설팅업체 등의 경영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각종 법규 위반 논란이 대선 가도에 잠재적 걸림돌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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