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불법행위’ 내부고발자는
스위스경찰 추적 피해 佛로 도망… 2010년 ‘라가르드 리스트’로 공개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보당국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했듯이 세계적인 은행 HSBC가 전 세계 거물급 고객들의 탈세를 도운 비밀이 한 명의 내부 고발자 덕분에 세상에 공개됐다.
주인공은 스위스 제네바의 HSBC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에서 정보기술(IT) 전문가로 근무했던 에르베 팔치아니 씨(43·사진). 2007년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가 들고 나간 디스크 5장에는 스위스 비밀 계좌를 갖고 있는 전 세계 206개국 10만여 명의 고객 정보가 담겨 있었다. 팔치아니 씨는 아예 처음부터 고객 정보를 폭로할 목적으로 해킹을 통해 이 정보들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량의 고객 정보를 들고 퇴사했다는 것을 알아챈 스위스 당국이 산업스파이 및 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적하자 팔치아니 씨는 2008년 프랑스로 피신해 프랑스 정부에 보호를 요청했다. 팔치아니 씨가 가진 정보 가치가 대단하다고 판단한 프랑스 정부는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스위스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고 그의 보호 요청을 받아들였다.
프랑스 정부는 그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고 2010년 초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주도로 탈세 혐의자들을 수록한 비밀 리스트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정부는 이 리스트를 미국 스페인 그리스 벨기에 아르헨티나 정부 당국에 전달하면서 각국이 대규모 탈세 조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이 리스트는 ‘라가르드 리스트’ 또는 ‘팔치아니 리스트’로 불리고 있다.
팔치아니 씨는 자신을 내부 고발자라고 프랑스 언론에 당당하게 밝히며 “스위스 당국이 나를 기소하려는 것은 자국 은행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들은 그를 ‘금융계의 스노든’ ‘부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남자’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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