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트라니 “北측에 ‘한미군사훈련 중단 불가능’ 전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15시 34분


지난달 18일부터 이틀 동안 싱가포르에서 미국 전직 관리들과 만난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한미 합동 군사연습 중단의 대가로 핵실험 유예와 함께 핵탄두 소형화 노력의 중단도 함께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이 부상과 접촉했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비확산센터 소장은 1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동아일보 특파원 등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핵탄두 소형화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상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는 핵 협상을 하고 쿠바와는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북한에게만 적대시정책을 계속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과 인권문제를 이유로 유엔에서 북한 비난에 앞장서는 것은 적대시정책의 증거”라고 비난했다고 디트라니 전 소장은 전했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디트라니 전 소장은 “북한은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 중단이 실현가능하다(viable)고 생각하는 듯했다”며 “하지만 40년 동안 북한의 도발을 방어하기 위해 실시해 온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려면 적어도 2005년 9·19공동성명을 이행해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얘기해줬다”며 “대화에 필요한 신뢰를 쌓기 위해 한국과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일본과는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간 대화하라고 촉구했다”고 확인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9·19 공동성명 당시 미국의 대북협상 특사를 맡았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일관되게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는 실패했고 미국 내에는 아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북한 피로감(fatigue)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리 부상 등 북한 대표에게도 미국 내의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며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불행하게도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또 다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탐색적 대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평양에 가지 못한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우려한 출입국 차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달 한국을 방문해 당국자와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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