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이탈리아의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의 침몰 당시 승객과 배를 버리고 먼저 달아나 ‘이탈리아판 세월호 선장’으로 불렸던 프란체스코 셰티노 씨(55)에게 징역 16년의 중형이 내려졌다. 다만 지난달 말 검찰이 구형한 26년 3개월이나 사고 직후 검찰이 주장했던 2697년 형에 비하면 지나치게 가벼운 형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 법원은 11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셰티노 선장에게 16년 형을 선고했다. 과실치사 혐의에 10년, 유람선 좌초를 초래한 혐의에 5년,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혐의에 1년이 부과됐다.
승객 3206명과 선원 1013명 등 총 4229명을 태운 콩코르디아 호는 2012년 1월 13일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질리오 섬 인근에서 암초와 충돌해 침몰했다. 이 사고로 32명의 승객이 숨졌다. 셰티노 선장은 좌초 30분 만에 아직 300여 명의 승객이 남아있는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했고 이후 줄곧 과오를 뉘우치지 않는 뻔뻔한 태도를 보여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사고 직후 이탈리아 검찰은 그에게 2697년 형을 구형하기를 원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검찰 측은 그가 버린 승객 300여 명에 대해 각 1명 당 8년 형을 부과하고 직무유기 등 기타 죄목을 추가하면 충분히 2697년 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형이었지만 들끓는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었다.
2013년 7월부터 시작된 재판에서 셰티노 선장은 승무원들이 자신에게 암초의 위험을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며 줄곧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해왔다. 그는 이날 선고 직전 최후진술에서도 “나는 이 사건의 희생양이며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정민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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