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언론 취재윤리 버리면 온라인매체와 다를바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3일 03시 00분


美언론학계 원로 콜 교수 쓴소리
“상대 양해 구하지 않은 녹취록 국민불신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

“디지털 매체가 넘쳐 날수록 기성 매체들이 언론윤리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온라인 매체와 다를 게 뭐가 있겠나.”

최근 미국 미디어업계는 거짓말로 6개월 무급 정직 처분을 받은 NBC 방송 간판스타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취재윤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마침 한국에서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녹취록’ 보도 과정을 놓고 윤리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양국의 언론 상황에 두루 정통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저널리즘스쿨 리처드 콜 명예교수(사진)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일수록 기성 언론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엄정한 ‘일차적 정의자(primary definer)’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버겁지만 언론의 숙명은 정확성과 공정성, 그리고 보도 과정의 투명성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과정을 통해 얻어진 보도만이 다른 디지털 매체와 차별화되는 스토리와 사회적 영감(insight)을 제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콜 교수는 “이번 윌리엄스 사건은 미국 내에서도 선정적 보도를 둘러싸고 언론의 직업윤리가 다시금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일”이라며 “기본적인 언론윤리를 무시하면 언론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참에 본보기로 윌리엄스는 6개월 정직이 아니라 언론계에서 아예 추방하는 조치를 NBC가 취해야 하며 그런 의견을 미 언론학계 동료들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윌리엄스를 바라보는 NBC 내부 시선은 매우 차갑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많은 동료가 “12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실수를 했다”는 그의 사과문에서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내부 소식통은 “방송을 본 사람의 90%는 윌리엄스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꾸며 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동료들이 그에게 화가 많이 나 있다. 우리가 힘들게 쌓아 올린 신뢰가 윌리엄스 때문에 산산조각 났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터진 직후 당초 스티브 버크 NBC 최고경영자(CEO)는 윌리엄스를 아예 해고하거나 6개월 이상의 정직 처분을 내리는 방안 중 하나를 고민하다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겠다”며 다소 온정주의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NBC는 모든 직원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콜 교수는 “윌리엄스처럼 유명 언론인들이 취재 현장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자기 전문 분야도 아닌 내용을 보도하는 이른바 ‘낙하산 저널리즘(parachute journalism)’이 시청률이나 독자를 끄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거짓말의 유혹에 넘어가기는 더 쉽다”며 미 언론이 지금이라도 신뢰성 제고를 위해 내부적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의 이 총리 후보자의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녹취를 할 수는 있겠으나 이를 보도에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특히 기자가 언론과 무관한 집단(정당)에 취재 과정의 결과물을 넘겨 정치 쟁점화했다면 이는 결국 언론에 대한 국민 불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언론 취재윤리#온라인매체#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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