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계 전설’ 펀 맬리스 “한국 디자이너들에 반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5일 15시 16분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은 너무 진취적이고, 너무 현대적이다. 감각이 매우 젊다. 유행에 앞서가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고, 그러면서도 에너지가 충만하다.”

미국 뉴욕 패션계의 ‘살아 있는 전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펀 맬리스 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이사(67)의 ‘한국 패션 칭찬’은 이렇게 계속 이어졌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송성각)이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주최하는 한국 패션쇼 ‘콘셉트 코리아’의 글로벌 자문위원장이기도 하다. 1993년부터 본격 가동된 ‘뉴욕 패션위크’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맬리스 전 이사는 권위 있는 패션행사를 주관하는 글로벌 패션 컨설팅 기업 IMG의 수석부회장도 역임했다.

그는 13일(현지 시간) 오전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열린 패션쇼 현장과 저녁 스탠다드호텔에서 열린 ‘뒷풀이 파티’에서 잇달아 기자와 만나 “한국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이고 파격적이면서도 시장에서 곧바로 판매 가능한 대중성도 잃지 않아 매료됐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요즘 패션의 추세는 몇 년 전 발표됐던 남성복이 여성복 시장에서 팔리기도 할 정도로 남녀 의상의 엄격한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며 “요즘 여자들은 남자 친구의 옷을 같이 입어도 될 정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유행에서도 콘셉트 코리아의 한국 디자이너들이 상당히 앞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콘셉트 코리아는 한국 패션 디자이너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2010년부터 매년 2월과 9월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진행돼 왔다. 이날 패션쇼에서는 ‘10 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한국 대표로 선발된 이주영, 이승희, 고태용 디자이너의 가을·겨울 의상(각 15점)이 선보였다.

올해는 패션쇼 못지않게 ‘뒷풀이 파티’도 큰 주목을 받았다. 맬리스 전 이사가 호스트(주인)로 나서 뉴욕 패션계의 유력 인사를 초청해 한국 디자이너들을 소개해주는 콘셉트 코리아 최초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행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뉴욕 패션업계에서 자리 잡으려면 많은 바이어와 패션비즈니스 전문가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그런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고 이런 자리를 주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상봉 디자이너는 “뉴욕 패션의 강력한 에너지가 유럽 아시아 등 세계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펀 맬리스의 이런 도움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뉴욕 진출에 큰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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