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20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인 ‘마스터 재정지원기구 협정(MFFA)’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 우려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스는 20일 유로존의 18개 채권국과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해 새 협상 타결까지 유동성을 지원받는 ‘가교 협정’ 마련에 성공했다. 유로그룹의 최후통첩 시한인 이날을 앞두고 양측이 벼랑 끝 대치를 벌이다가 그리스의 6개월 연장 요청을 2개월 줄이는 수준에서 극적 합의를 본 것.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와 채권단 양측이 신뢰의 첫발을 뗀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로부터 2010년부터 2차례에 걸쳐 구제금융 2400억 유로(약 302조 원)를 지원받고 있다. 이날 ‘가교 협정’이 타결됨에 따라 6월 말까지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채무 재조정을 논의할 새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선 그리스는 이달 23일까지 현행 구제금융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한 구조개혁 및 재정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그리스가 예전처럼 채권단이 요구하는 지원 조건을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지원 조건(개혁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만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개혁 정책들을 현행 구제금융 지원 조건과 연계해 실사하고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4월 말에 분할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또한 6월 말을 목표로 추진하는 새 협상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1.75배 규모인 국가채무를 줄이는 방안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제금융 조건을 철폐하겠다는 그리스 새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독일과 유로존의 완강한 거부에 실패했다”며 “6월 말까지 본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다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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