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참수영상 속 ‘지하디 존’은 런던 중산층 출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쿠웨이트 태생 모하메드 엠와지
대학땐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공… 2012년 시리아 건너가 IS 가담
친구들 “친절하고 멋진 옷 즐겨입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인질 살해 동영상에 등장했던 복면 쓴 남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WP)와 BBC 등은 22일 그가 영국 런던 출신의 모하메드 엠와지(사진)라고 전했다.

IS에서 서방국가의 인질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동시에 종종 동영상에 등장해 살해 협박을 일삼아 온 그를 정부기관과 언론에선 ‘지하디(성전을 치르는 전사) 존’이라고 불러 왔다. 눈과 콧등만 드러낸 채 복면을 쓰고 등장한 그는 강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다. 일부 언론은 그가 래퍼였다거나 이집트계라는 등 추정 보도를 냈지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그가 동영상에 등장할 때마다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돼 왔다.

그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났지만 런던에서 자란 20대 중반의 영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엠와지의 친구들은 “동영상에 등장한 남자는 엠와지가 분명하다”며 “그는 런던 근교의 중산층 집안에서 자라났고 그리니치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 기도를 드리러 가곤 했다”고 WP에 전했다. 또 “그는 친절한 성격이었고 이슬람 교리에 따라 생활했지만 멋진 옷을 즐겨 입었다”고 말했다.

엠와지는 영국 웨스트민스터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한 친구의 말을 인용해 “엠와지가 대학을 졸업한 뒤 탄자니아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극단주의에 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엠와지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탄자니아 항만도시인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유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영국 정보기관 MI5는 그가 또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샤바브가 세력을 넓히고 있던 소말리아로 가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영국 대테러기관의 감시를 받아 왔던 그는 2012년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엠와지는 지난해 8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의 살해 동영상에 나온 것을 시작으로 모두 7차례 동영상에 등장했다. △미국인 스티븐 소틀로프(9월) △영국인 데이비드 헤인스(9월) △영국인 앨런 헤닝(10월) △미국인 피터 캐식(11월) △일본인 겐지 고토와 유카와 하루나(올해 1월)의 참수 영상에 모두 등장해 영어로 살해 협박 메시지를 전달했다.

BBC는 “영국 정보당국이 오래전부터 엠와지의 신원을 알고 있었지만 작전상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처드 월턴 런던시경 대테러부서 책임자는 “(지하디 존의) 신원을 확인해 주거나 그에 대한 조사 상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도 엠와지와 관련된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엠와지의 가족들도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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