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前 “獨-日 가치관 공유” 발표
日언론 역사인식 발언수위 촉각… 우파 공격받는 아사히신문서 강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9,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7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면서 역사 청산과 관련해 일본과 정반대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 방일 중에 그가 내놓을 메시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9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보도를 주도해 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과 우익들의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 아사히신문사에서 강연도 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의 방일은 2008년 7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 때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7년 만으로 올해가 특히 2차 대전 종결 70년이 되는 해라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방일에 앞서 7일 “(방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기자단에 “이번 기회에 아베 총리와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고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예상과 달리 일본에 호의적인 코멘트”라면서 “메르켈 총리가 ‘공동의 가치관’을 지렛대로 역사 수정주의 행보를 보이는 아베 총리의 발을 묶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표면적인 방일 이유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준비 성격이다. 그동안 G7 회원국인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차례로 방문했고 일본이 마지막 방문국이다. 일본은 내년도 G7 의장국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4월 독일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성격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아베 총리와 만나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우크라이나 사태 대처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방문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의 골머리를 싸매게 한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역사 인식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 언론들은 최근 일본의 우경화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1월 26일자 ‘일본의 성노예(Japans Sexsklaven)’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이 2차 대전을 재해석하고 있다. 3월에 일본을 방문하려는 메르켈 총리가 아베에게 어떻게 역사를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확실히 말해줘야 한다”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이번 메르켈 총리의 방일은 또 하나의 포석을 깔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치우쳤던 아시아 외교에 일본에도 무게감을 실어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취임 후 지금까지 ‘셔틀외교’ 형식으로 중국을 7차례 방문했다. 중국은 독일의 아시아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독일 역시 중국의 유럽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에서 중일 갈등에 대해 “동아시아 내 지정학적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아시아 외교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메르켈 총리의 방일을 일독 관계 회복 및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홍보하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서 자연스레 자위대의 활동 반경 확대에 대한 이해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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