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역사인식 비판 보도에 힘 실어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03시 00분


[메르켈 독일총리 訪日]
메르켈, 아사히신문 방문 의미는
訪日 두번째 일정으로 선택… 방문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

9일 전용기로 일본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박 2일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이날 오전 도쿄(東京) 주오(中央) 구 아사히신문사를 방문해 편집국을 둘러보고 장시간 강연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행동이란 평가가 나온다.

총리는 오전 도쿄에 있는 일본과학미래관을 찾아 로봇산업의 현황을 살펴본 데 이은 두 번째 공식 일정으로 아사히신문사를 찾았다. 와타나베 마사타카(渡邊雅隆) 아사히신문 사장의 안내로 5층 편집국을 방문해 신문이 9일 발행한 독일 특집 기사를 살펴봤다. 편집국 간부들과 환담도 나눴다. 이어 신문사 내에 있는 ‘하마리큐(濱離宮)아사히홀’로 옮겨 강연을 했다.

총리의 이번 아사히신문사 방문은 독일 측의 결정이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총리가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그 나라 대표 언론사를 파트너로 정해 강연이나 인터뷰를 한다. 일본 경영주간지인 현대비즈니스는 7일 “일본 각 매체가 강연 요청을 했으나 아사히신문이 선택됐다. ‘역사인식 문제’에서 아사히신문의 (양심적) 보도 내용을 본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내 요미우리신문에 이어 발행부수 2위인 아사히신문은 일관되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역사인식을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아사히신문사를 향해 “아베 정권을 타도하는 것을 사시(社是)로 삼고 있다고 전 주필이 말했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8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제2차 세계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고 증언) 관련 기사를 취소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우익들이 집요하게 ‘날조 신문’이라고 아사히를 공격하며 불매운동을 벌였고 테러 협박까지 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 같은 상황을 모두 알면서 아사히신문을 파트너 언론사로 선택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우익에게 ‘무언(無言)의 경고장’을 던진 셈이다.

한편 아사히신문사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메르켈 총리 환영 준비로 들떠 있었다. 총리 도착 30분 전부터 “1층 정문으로 내려와 메르켈 총리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으면 한다”는 사내 방송을 했다. 사원 200여 명은 총리 도착 전부터 현관 입구에 늘어섰다. 정문까지 이어지는 레드카펫도 준비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좋은 일이 생겼다. 침체된 사내 분위기에 큰 활력이 됐다”고 말했다. 한 간부 기자는 “올해 8월 아베 담화를 앞두고 메르켈 총리가 아사히신문사에서 ‘독일은 과거와 마주했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메르켈#아베#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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