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일본을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과거 총괄(정리)은 (전쟁 가해국과 피해국 간) 화해를 위한 전제”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의 과오를 정리할 수 있었기에 훗날 유럽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며 “독일에서는 나치가 저지른 무서운 죄악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우회적인 말로 아베 정권을 향해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이날 오전 아사히신문사에서 한 강연에서도 “세계는 독일 때문에 나치스 시대라는 비참한 상황을 겪었지만 이후 국제사회는 독일을 받아들여 줬다”며 “이는 독일이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기(Deutschland hat sich auch der Auseinandersetzung mit seiner Vergangenheit gestellt) 때문”이라고도 했다. 독일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죄함으로써 프랑스 폴란드 등 주변국과 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는 취지의 말로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는 또 이날 강연에서 올 1월 타계한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이 1985년 서독 의회 연설에서 “(독일의 패전일인) 1945년 5월 4일은 해방의 날”이라고 말한 대목도 언급하면서 “그날은 나치스의 만행에서 해방된 날이기도 하고 2차대전의 공포에서 해방된 날이기도 하며 홀로코스트 시대에 이뤄진 문명 파괴로부터도 해방된 날이었다”고도 했다. 이어 “전쟁을 치르며 서로 적대관계였던 독일과 프랑스 관계가 2차대전 후 화해를 통해 우정의 관계로 발전했다”며 “양국이 서로 한발씩 양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해 과거사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웃 나라의 관용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날 일본의 양심적 언론으로 불리는 아사히신문사를 방문하고 강연한 것 자체가 일본을 향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조언하는 정치적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총리의 이번 아사히신문사 방문은 독일 측의 결정이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총리가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그 나라 대표 언론사를 파트너로 정해 강연이나 인터뷰를 한다. 일본 경영주간지인 현대비즈니스는 7일 “일본 각 매체가 강연 요청을 했으나 아사히신문이 선택됐다. ‘역사인식 문제’에서 아사히신문의 (양심적) 보도 내용을 본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내 요미우리신문에 이어 발행부수 2위인 아사히신문은 일관되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역사인식을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아사히신문사를 향해 “아베 정권을 타도하는 것을 사시(社是)로 삼고 있다고 전 주필이 말했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기도 했다.
와타나베 마사타카(渡邊雅隆) 아사히신문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은 ‘과거에 눈감은 자, 현재에도 눈멀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며 “일본이 독일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일본 찾은 메르켈, 아베 총리는 귀 기울이길” “일본 찾은 메르켈, 아베 총리 반응은?” “일본 찾은 메르켈, 날카로운 일침 속 시원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찾은 메르켈. 사진=채널A 캡처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