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에 과거사 청산을 촉구한 데 대해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해외 지식인과 언론들도 일본에 과거사 직시를 충고하고 나섰다.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의 연이은 과거사 관련 발언에 대해 “역사수정주의 경향을 보이는 아베 신조 정권을 향해 던진 경고”라고 해석했다. 그는 9일 메르켈 총리가 일왕을 예방했을 때 일왕이 올해 1월 타계한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에 대해 애도를 표시한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다나카 교수는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은 1985년 서독 의회에서 ‘과거에 대해 눈을 감은 자는 현재도 보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천황(일왕)도 아베 총리의 우경화에 간접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쓰노다 기이치(角田義一) 전 참의원 부의장(현 변호사)도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베 총리가 8월에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 과거 반성 표현이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폭넓게 관여해 온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메르켈 총리 방일 전에 역사 관련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과거 직시 발언을 한 것은 매우 고마운 일로 아베 총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반응은 아베 총리에게 비판적인 지식인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아베 총리의 안보 브레인으로 전후 70주년 담화 관련 총리 자문기구의 좌장 대리를 맡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고쿠사이(國際)대 학장은 9일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일본은 침략전쟁을 했고, 매우 심한 일을 한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역사 연구자에게 물으면 99%는 (침략전쟁이라고) 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외 지식인과 언론도 아베의 역사인식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데니스 핼핀 연구원은 9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일본 역사 수정주의의 출발점이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대학살이라면 최종 목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정부를 전쟁범죄자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9일 ‘도쿄의 메르켈, 정중하게 일침 가했다’라는 제목으로 메르켈 총리의 아사히신문 강연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일본의 과거사를 세척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0일 사설에서 “일본이 반성을 거부함으로써 더욱 분쟁을 가열시키고 상시적인 역사 갈등을 조장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일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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