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 힐러리 이어 공화당 젭 부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5일 17시 28분


공직자의 이메일까지 공공 자산으로 보는 미국 사회의 엄격한 잣대가 2016년 미 대선 판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번에는 공화당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 전 주지사가 재직 시절(1997~2007년) 작성한 약 55만 건의 이메일 중 지난달 일반에 공개한 약 28만 건의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개인 이메일 계정(jeb@jeb.org)으로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가령 2001년 9.11 테러 직후 플로리다 주방위군 중 일부를 원자력발전소에 배치해 추가 테러에 대비할지 등에 대한 의견을 참모들과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 것. 부시 전 주지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서버를 둔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파동이 터지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던 부시 전 주지사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클린턴 전 장관 측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이 문제가 되자 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작전”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 측이 언론을 통해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관련 법을 준수했고 클린턴 전 장관의 문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이메일을) 일반에 공개한 만큼 이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부시 전 주지사도 클린턴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이메일을 정부 기록물로 보존하도록 규정한 연방기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보안전문가인 요하네스 율리히 박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은 공공기관의 이메일보다 보안에 취약하며 주지사 재직 당시에는 이메일의 암호화 기술도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져있어 해커 침입 등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적 기록의 투명한 보존을 중시하는 미 사회의 기록 문화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법체계는 아직 공직자의 이메일은 개인 자산으로 보고 있는데다, 실제로 한국의 장·차관들은 부처 이메일 외에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미 관계에 밝은 한 워싱턴 소식통은 “이번 논란은 공적 기록과 자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 지를 놓고 한국 사회에도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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