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초강력 사이클론(태풍)의 강타로 대부분의 주택이 붕괴돼 국민 대부분이 노숙인으로 전락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의 재앙이 기후 변화에 따른 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3차 유엔 세계 방재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던 바누아투 볼드윈 론스데일 대통령(사진)은 16일 재난 소식을 접하고 난 뒤 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바누아투는 해수면이 상승해 왔고 평균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등 기후 패턴이 바뀌어왔다”며 “기후 변화가 이번 비극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사이클론 같은 단일 사건을 기후 변화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AP는 지적했다.
지치고 눈이 충혈된 상태로 인터뷰에 나선 론스데일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모든 개발사업이 물거품이 됐다”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국제사회를 향해 간절하게 호소했다.
‘팸’이라는 이름의 이번 사이클론은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75m를 기록하면서 바누아투를 구성하는 65개 섬을 강타해 거의 모든 통신을 끊었다. 수도 포트빌라 가옥의 90%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피해 상황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사망자는 10명 안팎이자만 통신이 복구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론스데일 대통령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그들의 안위도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이재민 구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론스데일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이날 귀국길에 올랐다.
한편 수도 포트빌라 공항이 다시 문을 여는 등 하늘길이 열리면서 국제사회의 구호물품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호주는 위생용품과 담요, 침낭 등 최대 5000명분의 생필품을, 뉴질랜드는 군 헬리콥터로 8t 규모의 보급물자와 구조인력을 각각 보냈다. 영국도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를 지원했다.
바누아투 전역에 전기, 물 공급이 중단되고 통신이 두절된 것도 구호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은 많은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의 가장 외딴 지역에 도달하는 데 몇 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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