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리콴유 전 총리도? ‘동양의 유대인’ 객가 족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10시 20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동아일보DB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동아일보DB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타계로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는 객가(客家·Hakka) 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족의 한 갈래인 객가 족은 동남아시아 정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리 전 총리는 물론 중국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쑨원, 중국 경제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등 아시아를 주름잡았던 정치인들이 모두 객가의 후예들이다.

객가는 북송(960~1127년) 시기에 황하 북쪽에 살던 한족 중 하나로 ‘외지에서 온 사람들’ 또는 ‘타향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중원에서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이들은 거듭된 왕조 교체와 전쟁을 피해 중국 남부 광둥성 및 푸젠성으로 이동했다. 이때 당시 중국 남부에서 살던 토착민 즉 주가(主家)와 구별하기 위해 ‘객가’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주가의 차별과 멸시에 시달린 객가는 중국 남부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광둥(廣東), 푸젠(福建), 차오저우(潮州), 객가(客家) 등 화교 사회 4대 파벌 중 가장 진취적이고 도전정신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을 ‘화교의 원조’, ‘화교 중 화교’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전 세계에 약 8000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객가들은 머리가 좋고 부지런해 수많은 엘리트들을 배출했으며 거듭된 이주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언어인 객가어와 전통 풍습도 잘 유지하고 있다. 즉 이들의 유전자에 아로새겨진 남다른 교육열, 비상한 경제감각, 진취성, 상인정신 등이 이들로 하여금 ‘동양의 유대인’이라는 말을 듣게 했다.

현재 객가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재계 인사는 ‘중국 에너지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리허쥔(李河君·48) 한넝그룹 회장. 그는 지난달 초 중국 부호 조사기관인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부호 순위에서 약 1600억 위안(약 28조 원)으로 마윈 알리바바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을 제치고 중국 1위 부자에 올랐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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