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종사, 조종실 문 잠근채 하강버튼 눌러… 고의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佛검찰, 獨여객기 녹음내용 확인



프랑스 남부 알프스에 떨어진 저먼윙스 여객기는 부조종사(사진)가 의도적으로 추락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검찰이 26일(현지 시간) 밝혔다.

브리스 로뱅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를 확인한 결과 부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여객기를 파괴하려 한 것 같다”고 발표했다고 현지 BFM TV가 보도했다. 로뱅 검사는 “부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조종실 문을 열지 않았으며 여객기가 하강하도록 버튼을 눌렀다”고 밝혔다. 독일 슈피겔 온라인은 마지막 추락하기 수분 동안 부조종사가 조종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부조종사의 고의 추락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뱅 검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부조종사의 호흡은 정상이었으며 조종실에서는 침묵이 흘렀다”며 “추락할 때 프랑스 관제탑이 ‘메이데이’라는 조난신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름이 ‘안드레아스 루비츠’로 알려진 부조종사(28)는 독일 국적으로, 테러리스트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사고 현장에서 회수된 조종석 음성녹음장치 분석에 참여한 조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종사가 조종석을 나간 후 문이 잠겨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며 “이 조종사는 처음에는 문을 가볍게 노크했지만 대답이 없자 문을 부수려는 듯 강하게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9·11테러 이후 민항기 조종실에 조종사 1명만 남아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사고기 조종실에서 의료 관련 긴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모종의 범죄 시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피터 괼츠 CNN 항공분석가는 “조종사 한 명이 밖에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로뱅 검사는 “부조종사의 테러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테러 공격이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조종사의 자살 행위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살을 하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혼자서 한다”며 “이 행위는 자살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사고기에 탔던 승객 144명은 추락 직전까지 사고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로뱅 검사는 “거의 마지막 순간에 승객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며 “하지만 모두 곧바로 죽음을 맞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색대는 전날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2개 중 CVR는 회수했으나 엔진가동 상태 고도 등 비행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긴 비행기록장치(FDR)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FDR는 사고기 주요 부분의 위치와 상태를 기록하고 있어 사고 원인 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가운데 수색구조대는 26일 사고 현장에서 첫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했다. 현지 산악구조대원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산산이 부서진 여객기 파편과 시신들이 온 산과 계곡에 흩어져 카펫처럼 깔려 있었다”며 “이런 끔찍한 현장은 처음”이라고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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