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경찰청 앞에서 총격전… 집권당 사무실에도 무장괴한 침입
터키 전역 정전… 테러 연관 가능성
경찰, 극좌단체 추가테러 정보 입수
연간 한국인 관광객만 25만 명씩 몰리는 터키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연일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이스탄불 검찰청에 무장 괴한이 침입해 검사를 상대로 인질극이 벌어진 바로 다음 날 터키 경찰이 도심에서 무장 괴한과 총격전을 벌였다. 6월 총선을 앞두고 도심에서 잇따른 테러가 일어나고 정전 사태까지 겹쳐 터키가 큰 사회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일 이스탄불경찰청 앞에서 무장 괴한 2명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여성 괴한은 총에 맞아 숨졌고 남성 괴한은 인근 세무서로 도망쳤으나 곧 경찰에 붙잡혔다. 숨진 여성은 장총과 권총, 수류탄 2개를 가지고 있었다. 총격전을 벌이던 경찰 2명도 총에 맞아 부상했다. 이날 집권 정의개발당의 이스탄불 사무실에는 무장 괴한 1명이 침입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터키 경찰은 이번 총격전이 31일 이스탄불검찰청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주도한 테러 단체 ‘혁명민족해방전선(DHKP-C)’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봤다.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DHKP-C는 이스탄불검찰청에 여성 조직원 2명을 보내 검사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였고 검사는 총에 맞아 숨졌으며 인질범 2명도 사살됐다. 터키와 미국, 유럽연합(EU)은 DHKP-C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1일 터키 전역에는 대규모 정전도 발생했다.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 주요 도시에서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고 병원에서는 전기 부족으로 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총리는 “우리는 악의 축에 직면해 있다. 총선 전에 혼란을 부추기려는 선동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전 사태도 테러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터키 경찰은 이날 남부 안탈리아에서 DHKP-C가 추가 테러를 준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용의자의 집을 급습해 3개 도시에서 20명 이상을 체포했다. 또 이스탄불대 법과대에 검사 인질범과 관련된 포스터를 붙인 혐의로 대학생 36명을 붙잡았다.
테러 단체가 갑작스럽게 활동하는 것은 정정 불안과도 관련이 크다. ‘터키의 푸틴’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와 대통령을 역임하며 2003년부터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그는 2003년부터 11년 동안 총리를 지내다 연임이 불가능해지자 법을 고쳐 지난해 8월 첫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장기 독재에 야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부 구조를 현재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야당은 그의 독주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를 극도의 혼란에 빠뜨리려는 극좌 테러 단체가 날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터키의 싱크탱크인 경제외교정책연구센터의 시난 울젠 회장은 “향후 유사한 무장 테러가 이어진다면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선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CNN은 “수년간 이어진 정치 위기 때문에 터키에서 긴장과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댓글 0